▲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최근까지도 노정되는 도시의 무질서와 비위생, 높은 범죄율, 짧은 수명 등으로 도시는 전원에 비해 나쁜 것으로 취급되어 왔고, 이를 극복하고자 한 시도가 이성을 바탕으로 한 근대적인 도시계획의 태동을 낳게 했다.
문제 해결방안으로서의 신도시 개발은 전폭적 지지를 받으면서 세계 각지로 전파되어 나갔고, 20세기 발달된 기술력이 더해져 이러한 추세는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래된 도시의 무질서한 난잡함에 넌더리가 나있던 상태에서는 신도시 개발이 가져다주는 깔끔하고 위생적 환경에 매혹되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20세기에 건설된 수도인 브라질리아와 캔버라 같이 인간이 대규모 계획에 의해 만든 도시들은 활력도 부족하고 인간미도 떨어져서, 사람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0년 전쯤 파리에 갔을 때 파리의 신시가지인 라데팡스에 대한 거주의향 조사가 진행됐다. 그때 놀랍게도 파리 시민의 90% 정도가 라데팡스에 살고 싶지 않다고 답변했다.
우리는 라데팡스를 개발이 잘된 모범사례로 여겨서 그 개발과정과 계획을 배우려고 방문했는데 말이다. 왜 그러냐고 질문했는데, 라데팡스가 주는 인간적 매력이 부족해 그렇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신도시를 아무리 잘 만든다고 해도 인간이 한꺼번에 도시의 모든 구성요소를 완벽하게 조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세종시도 신도시로 개발되는 예정지역의 경우 이러한 상태로 바뀔 수 있다. 특히 중앙청사가 위치한 거대한 단지는 상당히 비인간적인 공간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지금까지는 물리적 공간 건설에 매진하였는데, 이제는 이 과정에서 혹시 놓친 것이 없는지 세심히 확인해야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신도시가 주는 쾌적함에 더하여 인간미를 지속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예정지역의 과제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하드웨어 개발 위주의 도시조성 전략이 이제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 후반에 브라질리아는 도시로서는 건설 후 최단기로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보통 도시가 생기고 나서 수백년 혹은 수천년이 지나야 세계유산에 등재되는데 반해 건설된 지 30년도 안되어 등록된 것이다. 인간의 합리성을 철저히 반영한 비행기 모양의 브라질리아는 하늘에서 보았을 때는 상당히 멋있는 도시일지 모르나, 주말과 야간에는 도시가 비워지고 업무시간에도 비인간적 규모의 공간설계로 인해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공간으로 변했다.
그런데 최근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와 외국인이 근무하기 좋은 도시로 브라질리아가 남미에서 수위로 꼽히는 결과가 여럿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이상한 점은 당초 계획적으로 건설된 신도시가 아닌 주변의 위성도시로 인해 그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브라질리아를 건설할 당시 이주해온 공사인부들로 인해 주변에 난개발이 급속히 진행되었고, 공사가 끝난 후에도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그대로 눌러 앉아 발생한 위성도시들이 지금은 기업 활동 등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직된 신도시 환경과는 달리 주변의 인간적인 환경에서 활력이 살아나고 있는 점은 세종시도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종시에 편입된 읍면지역의 경우, 신도시와 다른 환경을 강점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다양하게 개발한다면 행복도시와 차별화된 성장의 경로를 걸을 수 있다는 말이다.
역사의 실패와 우연에서 드러나듯이 예정지역과 읍면지역 모두 이제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다양하게 개발해야 다시는 유사한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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