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운 음악칼럼니스트 |
마찬가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며”로 시작하는 문구 역시 한 해를 돌아보고, 회자하는 의미에서 12월에나 가능한 표현이다.
새로운 시대, 희망찬 해를 기대했던 2013년은 대선 부정선거 의혹과 역사 교과서의 편향집필 문제 그리고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 전쟁으로 혼란한 한해였다. 음악계 역시 작곡가 류재준과 성악가 임선혜의 난파 음악상 수상 거부에 따른 파장으로 뜨거운 한 해였다. 올해 대전음악계의 주목할 만한 점은 제4대 대전문화예술회관 이용관 관장의 취임일 것이다.
'우수예술 향유센터', '지역 문화의 창조적 발산센터', '문화예술교육센터', '고품질 서비스센터' 등 4대 센터 시스템을 통해 대전문화예술의전당 2.0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이용관 관장의 2013년 성과는 짧은 재임 기간을 고려하면 아직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그랜드 시즌'과 회원 모집 캠페인이 눈에 띄었다.
또한, 필자에게 2013년은 지역을 오가며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을 감내할 만큼 즐겁고 의미 있는 공연들이 많았다.
대전문화재단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대전예술협회, 음악협회, 민간 음악 단체가 주관·주최하는 축제나 음악회가 그 중심에 있었다. 음악축제를 예를 들어보면, 윈터 페스티벌, 대전현대음악제, 스프링 페스티벌(Spring Festival), 호락호락 페스티벌, 빛깔 있는 여름 축제, 대전 실내악 축제, 대전재즈페스티벌, 대전국제합창제, 아티언스 주간(Artience Week), 대전국제기타페스티벌, '그랜드 시즌'(Grand Season)이 대표적이다. 음악축제에선 아마추어 음악 단체와 전문 음악 단체의 참여와 대중음악과 클래식, 재즈, 오페라, 뮤지컬 등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 무대가 많았다.
그 밖에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크고 작은 공연과 대전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의 정기연주회·마스터 시리즈·챔버 뮤직 시리즈·찾아가는 음악회·교과서 음악회, 대전 예총 주관의 '천원 콘서트'와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의 주최 '아침을 여는 클래식', 그리고 하우스 콘서트와 살롱 음악회를 통해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2013년 한해를 결산하는 공연은 대전시립교향악단과 대전시립합창단·광주시립합창단·대구시립합창단이 함께하는 2013 송년음악회 <환희의 송가>로 절정에 달한다. 음악은 시간의 경계를 허물기도 하고, 확고히 하기도 한다. 어쩌면 음악이 우주 삼라만상의 법칙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가령, 음악작품(1년)은 12개의 음(12개월) 중 장조와 단조(밤과 낮)를 구성하는 일곱 개의 고른 음렬(월화수목금토일)을 기초로, 많은 음의 결합(365일)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작품은 일정한 시간(일 년은 총 8760시간)의 길이를 갖게 되고, 음악 작품 속에 내포하는 주제나 이야기(봄, 여름, 가을, 겨울과 인간의 사상과 감정)를 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12월은 음악으로 말하면 한 작품을 마무리하는 악장(finale)이기도 하며, 한 악장의 마지막 부분(coda)이기도 하다.
비록 마지막 악장이나 종결부가 끝을 의미하지만 힘차고 웅장함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종결부의 기능은 한 작품 혹은 음악회의 감동을 극대화하고, 그 긴 여운의 감동은 다음 음악회를 기약하게 한다. 마치 필자가 찾아다녔던 음악축제와 음악회를 기다리듯이 말이다. 이렇듯 '아쉬움'과 '기대', 두 개의 시선이 공존하는 12월은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못지않게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라데츠키 행진곡' 역시 기다려지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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