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명렬 대전 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월드비전은 한국 전쟁 당시 미국인 밥 피어스(Bob Pierce)목사에 의해 시작됐다. 전쟁 고아들과 남편을 잃은 부인들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 피어스 목사는 1950년 미국 포틀랜드에 사무실을 열고 교회를 중심으로 모금운동을 벌였다.
피어스 목사는 한국인 친구였던 영락교회의 고(故) 한경직 목사와 함께 굶주린 생명들을 살리기 시작했으며, 당시 피어스 목사의 기도가 오늘날 월드비전의 정신이 됐다고 한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로 인해 나의 마음도 아프게 하소서.” 벽안(碧眼)의 외국인으로서 그는 전쟁의 참상과 비극을 남의 일같이 바라보지 않았다. 자신의 아픔처럼, 당시 우리 가운데 누구도 하지 못하는 일들을 감당했다.
월드비전은 현재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구호와 개발 활동을 하고 있다. 최인혁씨는 이십여년간 활동하며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가스펠 가수다. 그같은 관록과 명성과 걸맞지 않게 그는 매우 소탈했다. 그는 '내 것을 줄여서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삶'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었다. 타 연예인들과 달리 고급차와 비싼 의상 대신, 오래된 차를 타고, 몇 천원, 몇 만원짜리옷을 입고 무대에 선다. 그러나 굶주리고 병든 아이들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안수 받은 성직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서 받은 인상은 그 이상이었다. 소중한 것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화려한 겉모습과 편리함을 포기하는 '정신적인 순교자'의 삶을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많은 교우들이 그의 삶에, 삶으로 이야기는 하는 그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성경에서는 탐욕스러운 사람에 대한 비유가 하나 나온다. 한 사람은 소와 양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단지 양 한 마리가 있었다. 가난한 사람에게 한 마리의 양은 매우 소중했다. 마치 자식과 같아서 함께 자고, 먹는 것도 주인이 먹는 것을 먹었다.
어느 날, 부자에게 손님이 찾아와, 부자는 자기 소와 양을 아껴 잡지 아니하고, 가난한 사람의 양을 빼앗아다가 잡아 손님을 대접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비돼 버린 양심과 탐욕이 어떠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깨닺게 하고, 오늘 우리 사회의 문제를 돌아보게 만든다.
한국 비정규노동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 노동자의 47.5%에 달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49.5% 수준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비정규직은 '반 토막 인생'이라는 자조가 나올 수 있는 통계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우리가 아는 대로 매우 열악하다.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불안감은 물론, 자녀들의 학자금 지원이나 성과급 같은 혜택도 전혀 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도 일부 공기업의 경우, 정규직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해, 비정규직 인원을 늘리고, 낮아진 인건비의 나머지 몫을 자신들의 임금과 성과급으로 돌리는 사례가 보도됐다.
일반 기업의 정규직 노조원들도 정규직이라는 안전망과 혜택 속에서,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는 모두가 획일적인 평등을 강요하는 공산주의 국가는 아니다. 자신의 노력과 성과에 따라 대가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라도 인정한다. 그러나 지독한 이기주의와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누구는 몇 배의 월급과 월등한 지위를 누리고, 어떤 사람은 빈곤에 허덕인다면, 그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심각한 문제다.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비싼 차와 옷을 입고도 불행한 삶이 있으며, 최인혁씨와 같이 몇 천원, 몇 만원 짜리 옷을 입고 노래를 불러도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인생이 있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로 인하여 나의 가슴도 아프게 하소서!'라는 오래된 기도가 오늘 우리의 입에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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