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렬]월드비전과 가수 최인혁의 삶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류명렬]월드비전과 가수 최인혁의 삶

[세설]류명렬 대전 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3-12-05 14:05
  • 신문게재 2013-12-06 17면
  • 류명렬 대전 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류명렬 대전 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 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 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얼마 전, 구호단체인 월드비전(World Vision)이 필자가 섬기는 교회를 방문했다. 월드비전은 세계 곳곳의 기아선상에 있는 아이들을 돕는 국제구호단체로, 이들은 프로그램 참여와 후원을 요청하기 위해서 방문했다. 며칠 뒤에는 가스펠 가수인 최인혁씨와 함께 교회를 재방문했다. 우리는 최인혁씨를 통해서 월드비전의 역사와 최근의 활동을 들을 수 있었다.

월드비전은 한국 전쟁 당시 미국인 밥 피어스(Bob Pierce)목사에 의해 시작됐다. 전쟁 고아들과 남편을 잃은 부인들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 피어스 목사는 1950년 미국 포틀랜드에 사무실을 열고 교회를 중심으로 모금운동을 벌였다.

피어스 목사는 한국인 친구였던 영락교회의 고(故) 한경직 목사와 함께 굶주린 생명들을 살리기 시작했으며, 당시 피어스 목사의 기도가 오늘날 월드비전의 정신이 됐다고 한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로 인해 나의 마음도 아프게 하소서.” 벽안(碧眼)의 외국인으로서 그는 전쟁의 참상과 비극을 남의 일같이 바라보지 않았다. 자신의 아픔처럼, 당시 우리 가운데 누구도 하지 못하는 일들을 감당했다.

월드비전은 현재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구호와 개발 활동을 하고 있다. 최인혁씨는 이십여년간 활동하며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가스펠 가수다. 그같은 관록과 명성과 걸맞지 않게 그는 매우 소탈했다. 그는 '내 것을 줄여서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삶'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었다. 타 연예인들과 달리 고급차와 비싼 의상 대신, 오래된 차를 타고, 몇 천원, 몇 만원짜리옷을 입고 무대에 선다. 그러나 굶주리고 병든 아이들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안수 받은 성직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서 받은 인상은 그 이상이었다. 소중한 것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화려한 겉모습과 편리함을 포기하는 '정신적인 순교자'의 삶을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많은 교우들이 그의 삶에, 삶으로 이야기는 하는 그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성경에서는 탐욕스러운 사람에 대한 비유가 하나 나온다. 한 사람은 소와 양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단지 양 한 마리가 있었다. 가난한 사람에게 한 마리의 양은 매우 소중했다. 마치 자식과 같아서 함께 자고, 먹는 것도 주인이 먹는 것을 먹었다.

어느 날, 부자에게 손님이 찾아와, 부자는 자기 소와 양을 아껴 잡지 아니하고, 가난한 사람의 양을 빼앗아다가 잡아 손님을 대접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비돼 버린 양심과 탐욕이 어떠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깨닺게 하고, 오늘 우리 사회의 문제를 돌아보게 만든다.

한국 비정규노동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 노동자의 47.5%에 달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49.5% 수준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비정규직은 '반 토막 인생'이라는 자조가 나올 수 있는 통계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우리가 아는 대로 매우 열악하다.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불안감은 물론, 자녀들의 학자금 지원이나 성과급 같은 혜택도 전혀 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도 일부 공기업의 경우, 정규직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해, 비정규직 인원을 늘리고, 낮아진 인건비의 나머지 몫을 자신들의 임금과 성과급으로 돌리는 사례가 보도됐다.

일반 기업의 정규직 노조원들도 정규직이라는 안전망과 혜택 속에서,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는 모두가 획일적인 평등을 강요하는 공산주의 국가는 아니다. 자신의 노력과 성과에 따라 대가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라도 인정한다. 그러나 지독한 이기주의와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누구는 몇 배의 월급과 월등한 지위를 누리고, 어떤 사람은 빈곤에 허덕인다면, 그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심각한 문제다.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비싼 차와 옷을 입고도 불행한 삶이 있으며, 최인혁씨와 같이 몇 천원, 몇 만원 짜리 옷을 입고 노래를 불러도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인생이 있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로 인하여 나의 가슴도 아프게 하소서!'라는 오래된 기도가 오늘 우리의 입에서 나와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