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인성 KISTI 고성능바이오컴퓨팅팀장 |
2009년 4월, 멕시코를 중심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 일명 '신종 플루'는 기존의 조류독감과는 달리 감염의 주체가 조류가 아닌 사람으로, 사람과 사람간의 호흡기 전파를 통해 빠른 속도로 감염 범위를 넓혀 나갔으며, 일단 감염되면 치료와 회복이 매우 더디게 일어나 그 만큼 큰 인명손실의 위험에 노출됐다.
지금까지는 독감 바이러스와 같이 증식속도가 빠르고, 숙주 생물의 면역반응을 피해가기 위한 자기변이능력이 뛰어난 병원체의 경우에는 질병의 예방이나 확산방지를 위한 생물학적 또는 사회적인 대응체계를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접종하는 백신의 경우, 보통 전년도에 남반구와 북반구에 유행했던 독감 바이러스의 아종을 모니터링해 백신개발의 대상 바이러스종을 결정하는게 통상적인 방법이다. 또 독감의 유행여부도 각 지역의 병·의원, 보건소 등으로부터 보고가 된 독감환자수를 기반으로 결정이 되기 때문에 독감유행을 조기에 예방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독감을 포함한 신종 감염병에 대해서 조금 더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들어 이에 대한 해법 중 하나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Big Data)'를 활용하는 것이다. 빅데이터란 개개인이 사회라는 구조집단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부산물로 남겨진 일종의 '흔적'과도 같은 것으로, 정보의 생성속도가 매우 빠르고, 종류와 양이 방대하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구글(Google)사는 전 세계적으로 구글 검색엔진을 통해서 수집된 입력 데이터들을 수집·가공해 사용자가 관심 있는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국가와 시간의 흐름에 따른 관심도의 변화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구글 트렌드 (Google Trends)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서비스의 일환으로 구글 독감 트렌드 (Google Flu Trends)를 오픈한 바 있다. 처음 웹 검색어 기반의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질병의 발생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부정적인 의견들도 많았으나, 독감 트렌드를 통해서 유추된 미국 내 독감발생추이가 실제 미국 국립보건원의 역학조사를 통해서 밝혀진 결과와 매우 유사하다는 발표 이후로 일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빅데이터를 감염병 모니터링이나 예측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미비한 실정이다.
지난 10월 31일부터는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데이터는 반드시 개방해야 한다는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으며, 2011년 말에제정된 '국가 초고성능 컴퓨터 활용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서는 정부 부처별로 초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좋은 출발이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제정된 이 두 가지 법률은 서로 상이해 보일 수 도 있으나,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는 공공데이터의 활용촉진과 슈퍼컴퓨팅 자원에 대한 활용방안 제시이라는 면에서 이 두 법에서는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진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 두 가지 법들을 좌청룡 우백호 삼아서 새로운 종류의 급성 감염병에 대한 신속한 예보까지도 가능한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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