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된 순직자 중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된 가족들의 삶은 처참하다.
다행히 위험순직(국가유공자)으로 간주돼 연금이나 학비지원, 취업 등의 혜택을 보는 유가족들은 조금이나마 삶의 무게를 덜며 극복하고 있지만, 일반 순직 유가족들은 정신적 고통과 더불어 경제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12일 태풍 볼라벤 영향으로 교통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순찰차량으로 이동 중 순직한 아산경찰서 고 김종익 경위 가족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가족들은 근무중 사고이기때문에 국가유공자로 당연히 등록돼 각종 혜택을 볼 줄 알았다. 그러나 정부는 냉정하게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절했다. 순직 당시 고 김종익 경위가 신호위반을 해 화물차량과 충돌했다는 단 한가지 이유로 거절된 것이다.
경찰은 긴급한 업무시 순간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판단이 지체될 경우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고스란히 국민들이 손해를 입는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경찰들은 실수할 수도 있다. 고 김종익 경위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실수를 정부가 용납하지 않고있다.
고 김종익 가족은 정부의 결정에 불복해 홍성보훈지청에 소송을 냈지만 지난 5월 30일 국가유공자(순직·재해사망군경) 비해당 처분을 받았고 이에 불복해 국민권익위에 행정심판을 냈지만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근무 중 사고임에도 국가유공자가 거절된 것이다. 이로 인해 고 김경위 자녀는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학교생활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자녀들은 순직으로 간주하면서 국가유공자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 자녀는 아버지의 죽음과 정부의 판단을 오해해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수십일동안 학교를 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을 자랑스럽게 받아 들이지 못했다는 대목이다. 현재 이 가족은 공무원연금에서 매달 연금을 받고 있지만 이 돈으로는 자녀의 학비와 생활을 하는데 버거운 실정이다. 국가유공자로 등록 됐으면 학비 면제를 비롯 취업, 연금도 더 많았겠지만, 이 가족에게는 전혀 혜택이 없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홍성보훈청 통계에서도 엿 볼 수 있다. 아산 등 9개 지역을 담당하는 홍성보훈지청에 지난해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이 5건 접수됐지만 이중 절반은 기각됐다. 이를 감안하면 가장의 죽음과 명예 실추에 따른 일부 유족들의 삶은 고 김 경위 가족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순천향대 경찰학과 장석헌 교수는 “순직 경찰관들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법을 위반했을 수 있는 만큼, 공무상 실수를 유족들에게까지 적용해서는 안된다”며, “남아 있는 유가족들의 혜택은 공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정부가 내린 고 김경위의 결정에 대해 “부정한 공무 수행으로 인해 국가에 피해를 입힌 죽음인 지, 행정적 범죄라는 의미라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3년간 순직한 경찰관은 46명에 달하고 공무중 상해도 6811건에 이른다.
아산=김기태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