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십리사탕-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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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십리사탕-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사탕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3-12-03 14:20
  • 신문게재 2013-12-04 17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이제 겨울추위가 매섭다. 탐스런 함박눈도 제법 내린다. 도심에서는 교통체증 때문에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한 폭의 그림 같다. 이 때쯤이면 털실장갑도 등장하고 호떡과 찐빵, 군고구마 내음이 겨울 추위를 멀리하고자 하는 마음과 같이한다. 요즈음이야 주전부리감들이 지천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몇 가지가 되지 않았다.

긴긴 겨울밤을 보내면서 방구석에 마련되어있는 고구마 통가리에서 날고구마를 꺼내먹거나, 시원한 동치미를 먹기도 하고 가마솥 누룽지를 긁어 뭉쳐두었다가 먹기도 하였다. 설탕이나 꿀도 여간 귀한 것이 아니어서 사카린이나 당원 같은 것들을 물에 녹여 타 먹기도 하였다.

월남전이 한창일 때는 월남전에 참가했다가 돌아오는 형이나 삼촌, 친척들이 가져온 초코렛이나 껌, 잼 등 신기한 주전부리들을 맛보곤 하였다.

특히 군용 캔에 들어있는 물엿 같은 물질의 맛은 비길데가 없었다. 그것 한 캔만 있으면 왕이 된 기분이었고 모든 아이들이 한 방울이라도 맛보려고 야단이었다. 캔을 갖고 있는 아이는 성냥개비나 가는 나뭇가지에 찍어 아이들에게 맛보이면서 그것을 가져온 삼촌이나 형들에게서 들은 월남전에서 겪은 무용담을 늘어놓느라 하루해가 가는 줄도 몰랐다. 그 맛있는 물질은 요즘은 흔해빠진 잼이었다. 잼은 맛도 좋고 부드러웠지만 입속에서 금방 사라져 버렸다.

입속에서 오래도록 단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등장했는데, 사탕이었다. 사탕은 단단하여 입속에서 녹여서 단맛을 비교적 오래도록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보통 우리가 요즈음 생각하는 사탕보다 더 크고 단단한 사탕이 있었다. 바로 눈깔사탕과 십리사탕이었다. 눈깔사탕은 눈알처럼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눈깔사탕을 입에 넣으면 커다란 사탕이 볼에 끼어 볼이 공처럼 볼록 튀어나오기도 하였다. 눈깔사탕 두 개를 입에 넣고 양쪽 볼을 볼록 나오게 하는 장난을 치면서 왁자지껄 놀기도 하였다. 사탕 자체가 워낙 크다보니 오래도록 녹여서 단맛을 볼 수 있었다.

이 눈깔사탕보다도 더 단단하고 오래 녹여 먹을 수 있는 사탕이 있었다. 바로 십리사탕이었다. 하얗고 매우 단단한 사탕이었는데 깨물어도 잘 깨지지 않는 그런 사탕이었다. 하나를 입에 넣고 빨아먹으면서 십리를 갈 수 있다고 하여 십리사탕이라 불리웠다. 어느 사탕이건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빨아먹지 않고 하나라도 더 먹으려 아드득 깨물어 먹어버리면, 아드득 소리에 사탕을 깨물어 먹지 말도록 훈계 아닌 훈계를 들어야 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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