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구 나누미 여성축구단 선수들이 경기 출전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1999년에 창단한 동구나누미여성축구단은 창단 당시 멤버들이 단 한명도 이탈하지 않을 정도로 끈끈한 팀워크을 자랑한다. 지난 13년간 전국 각지에서 열린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트로피와 상장만 팀원 모두가 나눠가질 정도다.
회원들 대부분은 가정주부와 직장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는 현역에서 활동했던 선수 출신 회원들도 있다. 팀의 코치를 맡고 있는 김도연(24)씨는 선수로 활동하다 2년 전 나누미 축구단과 인연을 맺었다. 김씨는 “배우기만 하던 선수시절 보다 가르치는 코치 생활 더 어렵다”며 “축구 자체를 즐기려는 사람들과 함께 하다 보니 현역 시절에 느끼지 못했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시절까지 골키퍼로 활약했던 김윤희(23)씨는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필드 플레이어로 나섰다. 김씨는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운 나도 언니들의 실력을 보면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며 “선수시절 보다 더욱 끈끈하고 애틋한 동료애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대전을 대표하는 여자축구 동호회로 자리 잡았지만 이들이 걸어온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하느냐'는 주변 사람들의 편견이 가장 큰 장애물 이었다.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은경(46)씨는 시부모를 모시고 있는 종갓집 며느리다. 집안의 대소사를 책임져야 할 여자가 축구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를 좋아할 집안 어르신들은 없었다. 김씨는 “남편까지 운동을 반대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축구로 건강해진 모습을 본 이후로는 시부모님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배려해 주신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들 역시 김씨와 같은 편견을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편견들이 팀워크을 돈독히 하는데 힘이 됐다. 비록 남자들에 비해 힘과 기술이 부족할지 모르지만. 여성 특유의 세밀함과 근성을 발휘 한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이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여자축구의 강점은 팀 내 남자 회원들이 대변해 주고 있다. 김대성(37)씨는 2년 전 우연히 나누미 축구단에 대한 소문을 듣고 도와주고 싶은 생각에 들어오게 됐다. 그는 “첫날 누님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한마디로 '충격'을 받았다”며 “여자 축구라고 얕잡아 봤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남자 회원인 유창현(46)씨 역시 “남자 축구보다 한결 섬세하고 악착같은 면이 있다”며 “가정이 있는 주부들이 이 시간에 나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라고 칭찬했다.
두 시간 정도 진행된 연습시간 동안 이들의 얼굴에서는 미소와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이들에게 있어 축구는 단순한 운동이 아닌 삶의 활력소로 보였다. 김은경 회장은 “남자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축구계도 이제 여풍(女風)의 힘이 거세질 것”이라며 “우리 지역 여자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나누미 축구단도 앞장서겠다”고 다짐 했다.
대전을 넘어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나누미 축구단은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언제나 열려있다. 이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다면 대전모아스포츠클럽 또는 대전시동구생활체육회에 문의하면 관련 정보를 안내 받을 수 있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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