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승려 1012인이 최근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시국선언’을 발표하는가 하면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등 28개 기독교 단체도 지난주 모임을 갖고 대통령 선거 무효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종교가 사회문제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세간의 통념을 깨고 적극적인 의사표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인들의 행동표출은 국민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아울러 이 같은 사회 혼란은 국가경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올 한해 국민경제를 살펴보면 한마디로 ‘죽을 맛’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 수년째 이어지는 경기 불황으로 국민들 부채만 늘어나는 형편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공동 조사한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자료에서도 이런 현황이 여실히 나타난다. 전국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표본 조사에서 가구당 평균 부채는 지난 3월말 현재 581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6.8%(368만원) 증가했다. 빚은 소득 상위 20%를 제외하고 전 계층에서 증가했으며 특히 하위 20%의 증가 폭이 24.6%로 가장 높았다. 팍팍한 서민생활을 반영해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종교인들이 나서는 것은 박창신 신부 발언을 계기로 ‘종북세력’으로 몰고 가는 등 정치권이 사상검증을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 종교계는 박 신부 사건을 정부 여당이 대선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물타기 수법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정치가 제대로 된 정치를 펼치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종교계 모습도 국민들은 결코 좋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종교가 국민의 영혼을 정화하는 순기능에서 벗어나 혼탁한 정치의 세계에 심판자로 나설 경우 정치꾼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13년 마지막 달력 한 장만 달랑 남겨진 이때 종교의 순기능인 영혼 구원의 길에 종교인들은 매진해주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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