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섭 서산시장 |
전문가가 아니라서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철새들 나름대로의 질서와 규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양으로 가려면 어느 길로 가야하고 평양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백성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확하고 자세한 지도를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다짐한 김정호는 30여 년간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누비는 방랑생활 끝에 지금으로부터 152년 전인 1861년 드디어 대동여지도를 완성한다.
그에게는 만나는 사람들이 길라잡이였고 마을이름이나 거리이름이 이정표를 대신했을 것이다. 5000년 우리민족의 삶과 함께 하면서 얼과 혼이 깃든 고유한 지명들이 그의 발길을 바르게 이끌었을 것이다.
일제는 1914년 지방관제를 개편하면서 당시에 존재하던 많은 수의 군(郡)과 면(面)을 통폐합한다. 우리민족을 말살하고 그들의 완전한 지배 아래 두기 위해서 317개의 군을 220개로, 4338개의 면을 2521개로 줄인다.
그 와중에 마을과 마을이 서로 합쳐지면서 우리네 삶의 향기와 역사, 그리고 고유한 지명들이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일본식지명으로까지 바뀌게 된다.
새해부터 전면 시행되는 새주소사업은 이 같은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역사적 사명과 함께 100년간 지속되어 온 '지번중심 주소체계'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생활방식의 일대 전환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OECD 선진국 모두가 도로명주소를 채택하고 있고,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우리나라 주변국들도 대부분 도로이름을 주소로 사용하고 있다.
도로명주소의 원리는 간단하다. 도로에는 고유한 이름을, 건물에는 도로를 따라 순서대로 번호를 부여해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결합한 것이다.
각각의 도로명에는 지역의 특성을 적극 반영하고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의 정서와 역사가 고스란히 스며있다.
이를 증명하듯, 우리 서산시에도 금박골길 가람물길 한우물길 배다리길 등 정겨운 이름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도로가 시작하는 지점부터 끝나는 지점까지 20m간격으로 왼쪽에는 홀수, 오른쪽에는 짝수로 번호를 부여하고 도로의 너비를 기준으로 대로(大路, 40m 이상 또는 8차로 이상)와 로(路, 12~40m 또는 2~7차로), 길(기타) 등으로 구분했기 때문에 위치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보지 않았더라도 대략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도로명주소가 기존의 지번중심주소와 판이하게 다른 주소체계이기 때문에 갑작스런 전환에서 오는 혼란을 우려해 동(洞)명과 아파트이름을 괄호 안에 표기해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도 눈에 띈다.
도로명주소는 이제 2년여의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공법상 주소로 전면사용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나라도 100년 만에 지역특성과 과학성이 결합된 세계적인 수준의 현실적인 새주소체계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항상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 변화가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고 편리하게 바꿔줄 수 있다면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서산시청의 새주소는 '서산시 관아문길 1'이다. 예전 서령관아가 있던 자리에 남아있는 관아문이 있는 도로의 첫 건물이기 때문이다. 도로명주소의 바른 사용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집주소의 새주소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정확하게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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