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 |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 |
그런데 그 중책을 맡길 만한 장수가 없어 제갈량은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마속(馬謖)이 그 중책을 맡겠다고 자원하고 나섰다. 그는 제갈량과 문경지교(刎頸之交)를 맺은 명참모 마량(馬良)의 동생으로, 평소 제갈량이 아끼는 재기발랄한 장수였다.
그러나 노회(獪)한 사마의와 대결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였다.
제갈량이 주저하자 마속은 거듭 간청했다.
“다년간 병략(兵略)을 익혔는데 어찌 가정 하나 지켜내지 못하겠습니까? 만약 패하면, 저는 물론 일가권속(一家眷屬)까지 참형을 당해도 결코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좋다. 그러나 군율(軍律)에는 두 말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공명은 즉시 원평을 부장으로 삼아 딸려 보냈다.
서둘러 가정에 도착한 마속은 지형부터 살펴보았다. 삼면이 절벽을 이룬 산이 있었다.
제갈량의 명령은 그 산기슭의 도로를 사수하라는 것이었으나 마속은 적을 유인해서 역공할 생각으로 산 위에 진을 쳤다. 그러나 위나라 군사는 산기슭을 포위한 채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마속은 모든 병력으로 포위망을 돌파하려 했으나 식수가 끊겨서 용장인 장직(張稷)에게 참패하고 말았다. 전군을 한중으로 후퇴시킨 제갈량은 마속에게 중책을 맡겼던 것을 크게 후회했다. 군율을 어긴 그를 참형에 처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완은 '마속 같은 유능한 장수를 잃는 것은 나라의 손실'이라고 설득했으나 제갈량은 듣지 않았다.
“마속은 정말 아까운 장수요. 하지만 사사로운 정에 끌리어 군율을 저버리는 것은 마속이 지은 죄보다 더 큰 죄가 되오. 아끼는 사람일수록 가차 없이 처단하여 대의(大義)를 바로잡지 않으면 나라의 기강은 무너지는 법이오.”
마속의 목이 담겨온 것을 보자 제갈량은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룻바닥에 엎드려 울었다.
“아! 마속, 마속아, 모든 잘못은 내게 있다.”
친 아들처럼 귀여워하던 마속이었지만 대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기의 책무가 나라의 부흥을 위한 일이기에 모두가 최선을 다해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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