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화 문화독자부 부장 |
10센트라고 직관적으로 답을 냈다면 틀렸다.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서 판단이론 연구를 위해 자주 등장하는 실험의 하나다. 우리 머릿속에는 전혀 힘들이지 않고 자동적으로 빠르게 작동하며 어림셈, 직관, 느낌, 인상을 만들고 의심을 억제하는 '시스템 1'과 복잡한 계산을 비롯해 노력이 필요한 정신활동을 하며 의식적이고 추론적이며 의심도 하는 '시스템2'가 존재한다.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직관'을 거부하고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는데도 10센트라고 답한 것은 시스템1의 작동결과이며 곧 '게으른' 시스템2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귀찮기도 해서 최소노력의 법칙에 따라 대충, 직감에 따른 판단 때문에 실수를 자주하는 것도 시스템1 탓이다.
심리학자이면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의 Thinking fast and slow책에는 이처럼 인간들의 선택과 판단이 꼭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 간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무수한 상품들이 올라 있다. 상품 사용후기를 비롯해 수십건의 '평가' 댓글도 달려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해당 상품을 보거나 사용해 보지도 않았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평가한 '좋다', '나쁘다'는 말만 믿고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확산) 다니며 기회가 온다면 이런 판단에 따라 선택하려 한다. 역시 게으른 시스템2 탓이다.
당신의 아들이나 딸이 대학입시 면접장이나 취업 면접장에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혹은 재수없게도 면접관들은 진위여부를 떠나, '당신 자식을 악의적으로 험담하는 정보'를 사전에 많이 갖고 있었다. 당신의 자식은 과연 대체적으로 합격했을까? 원래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므로 면접관이 거짓된 정보에 현혹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까?
눈치빠른 독자는 온라인 쇼핑몰, 입시·취업 면접장을 '대통령 선거판'으로 치환했을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121만건의 댓글을 달아 '박근혜 상품'과 '문재인 상품' 평을 어떻게 올렸겠는지, 일반적이거나 충분한 조건은 아니었다해도 국정원의 댓글이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을 고르게 하는데 충성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또 한 번 실험에 들어 보자. '그녀는 the Bank를 향해 걸어갔다'만 보면 사람들은 'Bank'를 대부분 '은행'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그녀는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다가 the Bank를 향해 걸어 갔다'에서 'Bank'는 제방, 둑으로 해석해야 올바르다. 이 실험은 문맥, 앞 뒤 상관관계를 알아 봐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땅 독도 영해를 일본이 넘어 오면 공격한다. 러시아와 북한이 연합군사 훈련을 핑계로 우리 영해를 넘어 오면 공격한다'. 여기까지는 의문의 여지도 없을뿐더러 자위권 행사이자 '애국적'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북한도 미군과 남한이 연합군사훈련을 하면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기 때문에 대포를 쐈다'는 주장은 앞선 표현처럼 형용상 모순이 없지만 '이해될 수 없어야' 한다.
북한은 일본, 미국, 러시아 보다 철천지 원수로 학습해 왔고 부각된 기억 때문에 이런 주장을 거부감 없이 받아 들이기 힘든 일부 사람들에게 천주교 박창신 신부는 '반국가적인 빨갱이'가 되는 것이다.
역대 정권의 '종북몰이'를 우려하고 다양한 교류로 평화로워야 한다는 취지는 온데 간데 없고 '박 신부의 발언이 희생당한 군인들을 욕되게 했다'며 고발한 사람들이 있어 검찰이 수사중이다. 일부 언론들은 지면관계상, 전파는 소중한 것이라서 박 신부 강론의 맥락을 보도하는 것은 낭비이므로 '고발당할 거리'만 보도했다. 그 흔한 '한국 말은 끝까지 들어야 된다'는 시스템 1의 작동도 안되고 '게으른' 시스템 2도 발휘하지 못하는 모두를 위하여!
정답은 5센트다. 방망이는 공 가격(5센트)보다 1달러 비싸니까 1달러 5센트이고 공 가격 5센트를 합친 가격은 1달러 10센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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