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중 재외동포재단 감사, 대전시거주외국인지원 자문위원 |
기내에서 주는 경화시보(京華時報)는 북경시민이 내년에 등록할 수 있는 차량을 당초 24만대에서 15만대로 줄이고, 그중 2만대는 신에너지 차로 한다고 발표했다고 톱 기사로 보도했다. 나는 그간 중국스모그 보도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었다. 북경행 비행기에 올라 현지신문에 난 기사를 보니 “어 진짜 심각한 모양이네” 하는 중얼거림이 저절로 나왔다.
20년 전 북경에 살 때 겨울철이 되면 난방 온수를 위해 태워지는 석탄의 연기와 살을 에는 삭풍과 함께 먼지가 많이 날려 수시로 창틀에 쌓이는 시커먼 먼지를 닦아내야 했었다. 그 후 2008년 북경올림픽을 계기로 특히 녹화사업에 공을 들여 공기가 많이 좋아진 것을 가끔씩 와서 느꼈었는데 왜 이리 법석일까? 의문 반 호기심 반이었다.
2시간 쯤 지나 북경공항에 내리니 바람이 불어 오히려 김포 하늘보다 맑은 편이었다. “중국발 스모그”체험시도는 불발이었다. 그러나 공항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이 거의 마스크를 끼고 있는 모습으로 보면 공기가 나쁜 것으로 짐작되었다. 시내로 들어가니 흙먼지가 낙엽과 함께 날렸다. 코가 밍밍하고 눈이 조금 따가웠다. 북경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 박제영 사장은 북경은 올해부터 난방 연료를 가스로 전환하고, 북경이외 하북성 등 인근지방의 공장들을 이전시키거나 폐쇄시켰고, 차량 증가를 제한하기 위해 추첨제를 실시하며, 교통혼잡세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에서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볶음, 튀김요리를 삶는 요리로 바꾸어야하고 거리에 양꼬치 구이도 금지시켜야 한다는 방안까지 나왔다고 한다. 숯불구이 고기를 하는 우리 식당들이 영향을 받는 날도 오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다음날 아침 상해행 고속열차에 올랐다. 열차안은 휴대폰 소리가 들렸고, 청소부는 쓰레기를 걷어가며 계속 바닥을 쓸고 있었다. 물론 먼지도 발생했다. 상해는 도착 전날의 아침 PM2.5(극미세먼지)의 농도가 240을 기록해 올 가을 들어 가장 심한 스모그 농도로 관측되어 학부모들은 당국에서 대기오염 경보를 늦게 알려 아동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나는 저녁에 관광의 명소 와이탄에 갔다. 그날도 어제부터 이어지는 스모그가 가시지 않아 황포강 건너에 서 있는 동방명주 탑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러나 6년 만에 라오펑여우(朋友) 무위성 사장을 만나서인지 호흡이나 활동에 불편함은 못 느꼈다. 무사장은 상해에서도 월 등록 차량대수를 6000대로 제한하고 차량번호 발급시 8만~10만위안 을 따로 내야한다고 귀띔한다.
중국의 언론들은 한국, 일본의 '중국발 스모그' 보도에 언짢해 한다고 한다. 오염된 공기는 기류를 타고 동북아 상공을 오가며 우리의 건강을 계속 위협할 것이다. 세 나라가 공동으로 연구하고 대처해나가는 긴밀한 협력도 필요하겠다. 그리고 지금 우리와 후세들의 건강을 위하여 다같이 세심한 주의도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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