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현대제철 '잊을만 하면 사고' 죽음의 사업장 오명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당진 현대제철 '잊을만 하면 사고' 죽음의 사업장 오명

지난해 9월부터 13명 사망 '생생'…해마다 되풀이 안전불감증 심각

  • 승인 2013-11-27 16:13
  • 신문게재 2013-11-28 1면
  • 유희성기자유희성기자
당진 현대제철 내 사업장에서 또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월 사고 발생 이후 6개월 만이다. 지난해 9월부터 따지면 사망자만 모두 13명에 달할 정도로, '죽음의 작업장'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제철 측은 사고가 발생한 회사는 별개의 사업자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7시 10분께 당진 송악읍 현대제철소 내에서 가스에 중독된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송된 8명 중 1명도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는 현대제철 고로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현대그린파워라는 회사에서 발생했다.

현대그린파워는 현대제철과 한국중부발전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로 현대제철에서는 재무담당인력을 파견하고, 중부발전에서는 발전소 건설 및 운영인력을 파견해 운영 중이다.

그린파워는 기존에 1호기부터 4호기까지 전기생산용 발전기가 있었고, 5호기부터 8호기까지 4개의 발전기를 신축 중이었다. 완공을 앞두고 시운전하는 과정에서 7호기의 예열기인 프리히터에 문제가 생겨 시운전을 중단하고 보수작업을 했다. 보수작업을 위해 9명의 관계자가 투입됐는데, 이 과정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이다. 별도로 구성된 가스 배관은 역류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3개의 밸브 중 하나가 열려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로 가스가 역류하면서 근로자들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관계자는 “작업자 9명 중 일부만 가스누출 경보기와 마스크, 휴대용산소지급기를 지참했다”며 “조작실수나 컴퓨터 오류에 의해 가스가 유출될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사업장 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과 지역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모두 12명이 사망했다. 지난 5월에는 현대제철에서 전로(轉爐) 보수공사를 하던 협력업체 근로자 5명이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당시 이들은 전기로 보수와 테스트를 마친 후 밸브가 열린 지 모른 채 안으로 들어갔다가 새어나온 아르곤 가스에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경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그럼에도, 현대제철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현대제철은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그린파워는 제철 공정에서 발생한 부생가스를 현대제철로부터 구입해 전력을 생산, 판매하는 별개의 사업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그린파워의 최대주주는 한국중부발전과 현대제철인데다, 사고가 현대제철 공장 내에서 발생했다는 점 등에서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윤구현 현대그린파워 대표는,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적으로 협조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희성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3.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4.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5.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