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엄청난 무게를 생각하면 “준예산은 없다”는 호언장담이나 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29일부터의 대정부 종합정책질의, 다음달 9일 예산안조정소위 가동 등 모든 일정이 순조롭더라도 처리시한을 맞출지 실로 아슬아슬하다. 법정 처리기한(12월 2일)은 물리적으로 물 건너간 상황인 듯싶다.
예산안 불발로 예산 지출이 중단된다면 예컨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복지 지원 예산이 끊길 수 있고 공공기관의 계약직 근로자들이 일시 해고된다. 사회간접자본 건설 사업은 물론 양육수당, 고용분야, 서민과 취약계층 지원 타격은 말할 것도 없다. 예산안 통과 시점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할 이유다.
게다가 국가 및 지방경제는 어느 때보다 재정정책의 효과가 시급하다. 준예산 편성과 재정지출 지연은 우리 경제에 찬물은 끼얹고 대외경제 여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법규상 규정이 갖춰진 미국조차도 16일간 셧다운으로 25조원 상당의 손실을 봤고 4분기 경제성장률을 0.6%p 낮출 전망도 나온다.
그나마 우리는 헌법 조문 이외에는 준예산을 적용할 후속 입법 미비로 혼란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 여야가 정말 입장 차이를 극복하고 협조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예산안이 통과되면 어차피 집행될 예산이라는 식의 인식은 마땅히 버려야 한다. 예산 심의가 특권이 아닌 의무임을 무겁게 새겨봐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연내 처리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준예산 현실화 등 비상사태를 상정한 액션플랜 등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연말까지 파행을 거듭한 지난 2009년, 다음해의 지방선거 덕에 파국을 면한 것과 똑같은 기대를 할 수는 없다. 27일은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한 지 벌써 57일째다. 다음달 16일까지, 아무리 늦어도 연내에는 꼭 처리해 끔찍한 상황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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