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시험장 나무뽑아, 부인 굿당에 심은 경찰, 결국…

3개월 정직…충남청 당초 파면·해임처분, 법원서 취소판결

파면에 이어 해임까지 당했던 경찰이 법원 판결로 가까스로 직을 유지했지만, 결국 또다시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충남경찰청과 법원이 옥신각신하며 징계처분이 두 차례나 뒤집히는 보기 드문 일이 발생했다.

대전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미리)는 충남경찰청장을 상대로 정직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A(50) 경감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6일 밝혔다.

A 경감은 자신이 책임자로 있는 면허시험장 내 나무들을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굿당 주변에 옮겨 심어 국유재산을 합당한 절차 없이 처분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정직 3개월까지의 징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0년 충남의 한 운전면허시험장의 장으로 근무한 A씨는 같은 해 3월 상습 근무지 이탈과 시험장 내 나무 절취 및 임의반출, 불법건축 등의 사유로 충남경찰청으로부터 파면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는 같은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건축법 위반자가 A씨가 아닌 부인으로 확인된 점 등을 종합해 법원은 파면처분이 과하다며 징계 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충남청 징계위원회는 이번엔 운전면허시험장 나무 절취 및 임의반출 등을 이유로 A씨를 해임 처분했다. A씨 역시 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또다시 해임은 과하다며 징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충남청은 받아들이지 않고, 복직한 A씨에 대한 징계위를 또다시 열어 정직 3개월 처분을 의결했다. 충남청이 밝힌 정직 처분 사유는 이렇다.

허락 없이 면허시험장에 있는 국유재산인 소나무 8그루 등 277만원 상당의 나무를 업자를 고용해 자신의 처가 운영하는 굿당 주변에 심었고, 은행나무 20그루(시간 300만원)도 환경 정리를 이유로 임의 반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 측은 “시험장 건물 균열 방지하기 위해 나무를 제거했고, 제거한 나무를 살리기 위해 직원들에게 각자 경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가져가라고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충남청의 세 차례 도전 끝에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국유재산을 관련 규정에 따른 처분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나무 일부를 부인의 굿당 조경수로 사용한 점, 반출 규모와 가치도 상당한 점 등을 종합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 비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