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없거나 잃은 가족들이 다른 사람의 집에 남아있는 빈방을 얻어서 살아가는 것을 '접방살이'라 하였다. 주로 위채와 아래채로 이루어진 집이 접방살이 하기에는 좋았고, 주인집에서도 서로 생활이 분리되어 같이 사는 불편함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위채와 아래채는 안마당을 사이에 두고 있었고 부엌이 따로 만들어져 있어서 독립적인 살림살이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물론 다른 가족들과 함께 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이 있었다 해도 서로 이해하고 도우면서 살았다. 서로 지켜야 할 것들은 지키고 삼가 하면서 살았다. 마을에서 빈방을 구하다 없으면, 온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이웃마을 까지도 수소문하여 빈방을 찾아서 집 없는 가족들을 도와주기까지 하였다. 집이 없거나 잃은 가족들은 물론이고 먼 길을 가는 가족들이 날이 저물어 마을에 들어와도 별다른 의심 없이 빈방에서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을이나 5일장을 찾아다니는 떠돌이 장수들이 마을에 들어와 하루저녁 머물고 갈 집을 찾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접방살이를 하던 사람들이 새로운 주거를 마련하여 독립해나가면 온 마을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요즘이야 전문 이삿짐 회사가 있어서 맡기면 손쉽게 할 수 있지만 온 마을 사람들이 살림살이들을 하나씩 하나씩 들고 날라서 이사 하는 일을 도와주었다. 이사하는 집에 필요한 살림살이들이 있으면 나누어 주곤 하였다. 다가오는 추운 겨울이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푸근한 겨울이었으면 좋겠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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