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성년후견인제, 조기 정착의 필요성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김덕기]성년후견인제, 조기 정착의 필요성

[중도시평]김덕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3-11-26 14:09
  • 신문게재 2013-11-27 16면
  • 김덕기 편집부국장김덕기 편집부국장
▲ 김덕기 편집부국장
▲ 김덕기 편집부국장
지난 7월 1일부터 성년후견인제도가 시행됐다. 성년후견인제도는 장애, 질병, 노령으로 인해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인에게 가정법원의 결정 또는 후견계약을 통해 선임된 후견인이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과 관련된 신상보호를 지원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존의 제도였던 금치산, 한정치산 제도는 해당 본인이 행위를 광범위하게 제한을 받은데다 후견인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했는지 여부를 감독하기가 어려워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하기가 힘들었고 가족들 역시 가족관계등록부에 공시가 되면 사용을 꺼리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성년후견인제도는 후견인이 선임된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수 있는 영역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제도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년후견인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사대상은 노령, 질병, 장애 등의 이유로 정신적으로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다. 치매노인, 정신장애인, 발달장애인 등이 해당된다. 인구 고령화로 그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성년후견인 제도는 본인, 친족, 검사 등의 청구에 의해 후견인을 선임하고 있다. 선정된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법률행위를 대신하고 재산을 관리할 수 있으며 피후견인이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재활, 의료, 교육 등의 신상에 관련된 부분에서도 대리권을 갖고 있다. 이 권한은 법원으로부터 부여받고 있다. 그런데 오랜 노력 끝에 도입된 성년후견인제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동안 중증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신보다 자신의 자녀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길 바라는 생각해 본 경우가 있다. 자신들이 세상을 떠난 후 그들의 자녀를 지켜줄 법과 제도가 미비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년후견인제도는 그런 자녀를 둔 부모 마음을 조금이나마 안심시켜 줄 수 있는 제도다.

성년후견인제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부모가 남겨 준 유산을 비장애인 자녀들이 모조리 가져갈 수 있고, 돈이 없는 장애인 자녀는 길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꺼리는 생활시설에 입주했다 하더라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성년후견인제도는 부모들의 재산상속으로 후견인들이 재산관리를 해 피후견인이 시설에 보내지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평생대책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 시행에는 문제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미 성년후견인제도를 시행했던 많은 나라들도 제도상 드러난 문제 때문에 폐지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중 하나가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무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피후견인의 지적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이용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거나 의사에 반하는 일을 할 우려가 있다. 후견인이 투표도 대신 해 줄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의 의사가 무시될 수 있고, 재산 탈취나 횡령도 발생할 수 있다. 구비서류 등 절차가 복잡하고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것도 문제다. 인지대, 송달료, 감정비용 등의 비용은 고스란히 피후견인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후견인과 감독인의 보수와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한 비용은 피후견인의 부담이다. 이런 경우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성년후견인제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과 의사가 존중되지 않고, 후견인에 의한 인권침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후견심판 과정에서 피후견인의 의사결정 능력을 판단하는 합리적인 절차와 기준도 없을 뿐더러 피후견인의 의견진술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것도 문제다.

성년후견인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이런 문제부분이 보완돼야 한다. 우선 후견심판 비용, 후견인과 감독관 보수 등 여러가지 후견비용에 대한 공적지원이 뒤따를 필요가 있다. 후견인의 자질양성에 대한 전문화도 이루어져야 한다.또 성년 후견인이 피후견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가해 했을 경우 이를 해결해 줄 법적 제도 완비가 요구된다.

후견인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선 국가와 지자체가 연계해 합당한 공적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여기에 성년후견인 자원봉사 후견인을 확충하되, 전문적인 자격을 취득한 자에게만 자원봉사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

하루 빨리 성년후견인제에 대한 관련법의 미흡한 부분을 정비, 보완, 시정해서 전문적인 후견인의 모집과 교육, 선임추천, 관리감독 등을 수행토록 해 양질의 후견인을 확보하고 대상자들이 안심하고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