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희]41년 한결같은 봉사 '주부교실은 나의 삶이죠'

[송병희]41년 한결같은 봉사 '주부교실은 나의 삶이죠'

아파트관리비 인터넷 공개 주택법 개정 '일등공신' 정치권 제의는 단호하게 'NO' 봉사로 끝맺음 할 것

  • 승인 2013-11-26 14:00
  • 신문게재 2013-11-27 9면
  • 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오희룡 기자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오희룡 기자
●중도초대석-송병희 대전주부교실회장

76년의 인생 가운데 41년을 말 그대로 주부교실에 '헌신'했다. 그 긴 세월은 당차기만 했던 여교사를 지역 대표 시민사회운동가이자 원로로 성장시켰다. 좋아하는 빨간색 만큼이나 여전히 365일 주부교실에 상근하며 현장에서 뛰고 소비자를 대변하는 송병희<사진> 대전주부교실 회장. 송 회장에게 있어 주부교실은 생활의 터전이자 삶이다. 12월 3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본보는 지역의 소비자 운동을 이끌고 있는 송병희 대전주부교실회장을 만나 그가 41년간 걸어왔던 길을 짚어보았다. <편집자 주>

▲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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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성희 기자
▲'정의감'에 불탔던 교사에서 주부로, 반평생 넘게 사회운동에 투신=대전토박이인 송 회장의 아버지는 경찰이었다. 당시 시대분위기와는 다르게 아버지는 권위적이기 보다는 수시로 자녀들과 얘기를 주고 받았던 가정적인 모습이었고, 그 가정 분위기는 9남매 중 장녀인 송 회장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수사과장을 하시던 아버지 주머니에 돈이 얼마 있는지 알 정도로 모든걸 터놓으셨어요. 그런 아버지를 보고 컸기 때문에 저 역시도 매사에 속내를 감추기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매사에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버지의 영향은 송 회장의 정의감있는 성격에도 영향을 줬다. 대전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한 송 회장은 교사로 재직한지 13년이 되던 해에 학교를 떠났다. 갑자기 대전에서 천안으로 발령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때는 교사들이 일직이 있어서 아이가 있는 엄마 입장에서는 충남에서 근무하는게 좀 한계가 있었어요. 주변에서는 대전으로 발령날때까지 임시교사를 대신해 쓰는 게 어떻겠냐고 했었지만, 그건 반 아이들에게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빨리 사표를 냈죠.”

이후 가정주부로서의 생활은 3~4년 남짓이었다.

“교사가 되고 싶어 교사가 됐는데, 교단을 떠난 게 아쉽더라구요. 교육계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할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때에 문교부(현 교육부)에 등록된 주부교실을 알게돼 바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송 회장이 봉사에 몸을 던진 1970년대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지금이야 자원 봉사라 해도 식비나 차비라도 지급해야 하지만, 그때는 정말 무조건 봉사였어요. 평회원으로 들어가 41년째 봉사를 하고 있으니, 청춘의 반을 준 것이 아닌가 해요.”

▲청춘을 바친 소비자 운동, 법개정까지 이끌어=송 회장이 이끄는 주부교실은 바로 소비자 운동의 대표 단체라고 할만큼 굵직한 일들을 추진해 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실제 몇 g이 포장돼 있는지, 권장가나 유통기한 그런 표기가 제대로 없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상품들 하나하나 사다가 내용물 쏟아놓고 조사ㆍ분석에서부터 학원수강료 조사, 아파트 관리비 조사까지 소비자 운동을 했죠. 70년대, 80년대만 해도 사실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있어도 어디에 하소연할 곳이 없었거든요.”

그런 열성적인 노력은 빛을 발해 지난 2006년부터 주부교실이 지속적으로 조사해온 아파트관리비 조사의 경우,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한 2010년 주택법 개정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했다. 대전주부교실이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물가 조사의 경우 공신력있는 정부 기관의 조사 보다도 체감 물가 지수로 평가받고 있다.

▲인생의 동반자 남편의 외조, 필요한 곳에 도움 주고파=송 회장이 40년이 넘도록 대전주부교실에 열정을 다해 일할수 있었던 것은 그와 함께 걸어온 남편 윤병호씨의 힘도 컸다. 남편을 만난것은 참 연분이었다.

“원래 선생하고는 결혼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인연이었는지, 지금의 남편을 길에서 한번, 학부모와 만난 다방에서 한번 그렇게 우연히 스쳤어요. 그후 아버지를 통해 몇번 교사라고 중매가 들어왔는데 다 그 사람이더라구요.”

그렇게 만난 인연은 힘든일이 있는 사람은 꼭 챙겨주면서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 대쪽선비였다.

“언젠가 그 사람이 일요일마다 양주를 조금씩 따라 바람을 쐬러 간다며 나가더라구요. 훗날 알았는데, 교육감 선거에서 낙선된 분을 찾아가 점심을 먹고 온 거였어요. 하지만, 그 분이 교육감이 되자 오히려 발길을 끊었어요. 그 때는 자기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더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으니 당신은 필요없다는 거였어요. 그때 깨달았죠. 그래, 어려울때 도와주는 것이 진정 도와주는 것이라고요.”

교사남편이 싫었다던 송 회장에게 지금의 남편은 든든한 후원자다.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교육자라 사회 활동을 아무말없이 이해해주고, 응원해 줬던게 아니었을까 싶다”며 송 회장은 남편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내보였다.

▲송병희식 리더십, 지역 사회의 존경받는 원로로 자리 매김=송 회장은 빨간색을 좋아한다. 나이로만 보면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로, 지역 사회의 원로로 존경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주부교실에서 상근직으로 일하다시피 하며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소비자 운동을 이끌며 지역의 대표적인 시민사회 운동가로 이름을 날린탓에 정치권의 영입제의도 숱했지만, “봉사하려고 시작했으면 봉사로 아름답게 끝을 맺고 싶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제 그 존재만으로도 지역의 어른이지만, 송 회장 역시 권위적이지 않다. 문제가 있으면 앞에서 바로 얘기해주고, 잘못은 품어주는 큰 그릇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누구나 존경하는 선배로 송 회장을 꼽는다.

“넒은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안아주고, 후배가 잘못하면 등도 두드려 주고, 밥도 사주고, 그걸 낙으로 삼고 있다”는 송 회장은 “주부교실을 잘 이끌고 좋은 후배에게 넘겨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송 회장은 은퇴를 입에 올리기에는 여전히 젊은 감각과 사고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청렴새싹키우기 글을 공모하는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사실 아직도 기업의 이익을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청소년들의 경우 아직 소비자 권리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구요. 그래서 순회 교육 등을 통해 소비자 교육을 해야 하고,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6070세대를 위한 소비자 정보를 이끌어 주는 여러 활동도 해야 하구요. 사실 앞으로 할일도 무궁무진해요.”

40년이 넘게 진정한 봉사의 참 의미를 실천하고 있는 송 회장. 패티김의 '여자의 길'을 18번으로 부를 만큼 여전히 젊고 감수성을 잃지 않고 있다. 존경받는 시민운동가로, 지역의 원로로 자리 매김한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음을 몸소 보여주는 행보에 앞으로의 활동도 사뭇 기대가 된다.

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오희룡 기자

●송병희 회장은
▲1938년 9월 18일생 ▲대전사범 본과 3년 졸업 ▲초등학교 교사 ▲1992년 대전주부교실 회장 취임 ▲제6대ㆍ12대ㆍ13대 대전시여성단체협의회장 역임 ▲대전시 소비자분쟁처리위원회 위원 ▲대한적십자사 전국대의원 ▲대전시 물가 대책위원회 위원 ◇수상경력-국민훈장 석류장, 환경처장관상, 대통령표창, 농림수산부장관상, 대통령 국민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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