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엽 충남지방경찰청장 |
이날 특별한 분이 참석하셨다. 벨기에에서 20년 전 한국으로 귀화해 현재는 모 대학 교수이자 하모니 봉사단 정책고문을 맡은 분이다. 그분은 인사말에서, “그동안 공공기관이나 단체들이 다문화 가정의 입장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에서 행사 위주로 활동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앞으로는 다문화 가정의 입장에서 필요하고 아픈 부분을 어루만지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리에게 던지는 따끔한 충고이자 앞으로 다문화 정책이 나아갈 방향이었다. 솔직히 이 분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공공기관의 시책 중 이벤트성 혹은 전시행정으로 비춰질 수 있는 사례를 종종 보는데, 이는 모두 주최 측의 입장에서만 바라본 결과다. 고객인 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고객 스스로 자신을 일회용 소모품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150년 전의 11월 19일. 링컨은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하지만, 여기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링컨의 말을 반대로 해석하면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실패한 정부로, 사라지게 마련이라는 의미다. 역사에서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전제정권이나 독재정권의 말로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링컨의 말이나 벨기에 출신 한국인의 말이나 다를 게 없다. 모름지기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가려워하는 곳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긁어주는 국민의 손과 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충남경찰청이 내포신청사로 이전한 지도 벌써 두 달째. 한참 공사 중인 이곳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이제 막 사방으로 뻗은 아스팔트 도로다. 그 각각의 도로는 마치 자기를 중심으로 상가, 학교, 주택 같은 건물들이 건설되면서 한 도시가 아름답게 완성될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힘차게 쭉 뻗은 도로를 보면서 충남지역 치안의 책임자로서 우리 주민들이 보다 편안하고 안심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100년을 위한 도약의 길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필자는 지난 4월 취임한 이래 충남경찰이 도약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함을 늘 강조해 왔다. 첫째, 치안시책은 지역실정에 적합해야 할 것. 둘째, 현장에서 실현가능할 것. 마지막으로 최소 5년 이상 지속가능할 것이다. 이 세 가지 레시피(원칙)에 충실한다면 결코 일회성 껍데기 행정이나 과시 행정이 있을 수 없다. 진정 주민을 위한 올바르고 합리적이며 실효성 있는 치안시책이 있을 뿐이다. 조직 발전을 위해서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든 걸 바꾸라'고 하며 변화를 강조한 사람도 있지만, 그 못지않게 일관성의 유지 또한 중요하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사업이 하락세에 빠졌다고 해서 금세 자사의 레시피가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들이 레시피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 또는 규율이나 엄격함이 흐지부지되지 않았는지를 먼저 살핀다고 한다. 치안경영도 마찬가지다. 변화하는 치안상황에 맞게 개인이나 조직뿐만 아니라 치안시책도 능동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원칙은 일관성 있게 지켜져야 하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야만 '진심으로 주민을 섬기는 믿음직한 경찰'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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