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은 자구책 마련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핵심은 2015년부터 대학평가를 5개 등급으로 나눠 최우수 대학은 자율 정원 감축, 나머지 4개 등급의 경우 강제 감축에 들어간다. 하위 2개 등급 대학은 정원을 대폭 줄여야 하고 퇴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교육부는 조만간 세부 계획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고강도 구조조정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것이다. 2018년부터 고교 졸업자보다 대학 입학자가 적어지고 2023년부터는 현재 대학 정원인 56만 명보다 고교 졸업생이 16만 명 가량 적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구조조정 대상 대학을 가리는 과정에서 지방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어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될 우려가 크다는데 있다.
예컨대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취업률의 경우 기업들이 서울권 대학 출신자를 선호할뿐더러 교내 취업률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지방대에 전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재학생충원율 역시 인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지방대에 이로울 것이 없다.
실제 최근 3년간 교육부가 정한 재정지원제한대학 가운데 4년제는 수도권 16개지만 지방대학 53곳에 달하는 것이 현재의 획일적 평가 문제를 반증하고 있다.
정영길 건양대 부총장은 “부실대학 정리, 대학 정원감촉으로 균형잡힌 고등교육 생태계를 만들자는 교육부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획일적 평가가 아닌 대학 특성 지역 상황 기여도 등 다방면의 입체적 평가가 이루어져 지방대가 더는 소외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 및 수도권대와 지방대로 나누거나 지방대 가운데에서도 국립대와 사립대로 분류해 평가하는 평가 방법상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대학은 자구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특히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자체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교육부 평가 이전에 자율적으로 몸집을 줄여 강제 퇴출에 대비하고 정부 예산 지원도 받아보겠다는 의도에서다. 한남대, 배재대, 목원대 등 대전권 일부 대학은 이미 올해 입학 정원 가운데 일부를 감축한 바 있는 데 내년에는 이같은 작업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지역 대학가는 판단하고 있다.
A대 관계자는 “내년에도 지역대별로 자체적인 군살 빼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벌써 어느 학과가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라는 뜬소문이 돌고 있을 정도다”고 뒤숭숭한 대학가 분위기를 전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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