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고대부두, 서부두, 송악부두 |
▲당진의 해양 역사, 당진항의 역사=당진은 아산만 초입에 위치해 태풍이나 파랑으로부터 안전한 대피소의 기능을 하고 중국 산둥반도와 지근거리에 위치해 예로부터 중국을 비롯한 인근국가와의 국제교류에 항상 중심가교 역할을 해왔다. 당진항 부곡국가산업단지 인근에 漢津(한나루)이라는 마을이 있다. 이는 당진이 중국 한나라(BC 206~AD 220)때부터 이미 국제무역의 중심지였음을 짐작케 하는 지명이다. 또한 唐津(당나루)이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를 이어오면서 중국 당나라를 비롯한 여러 왕조들과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무역항으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춘 당진은 해양의 역사, 도전의 역사, 국제교류의 역사가 곧 당진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당진항은 어디?=통상적으로 항만이라고 하면 깊은 만(灣)을 끼고 발달한다. 외해에서부터 밀려오는 파도와 폭풍우를 피하기 위한 정온수역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국내ㆍ외 대부분의 항만이 이렇게 만을 끼고 발달해 한눈에 항만을 조망할 수 있고 항만을 찾아가기도 쉽다. 하지만 당진항은 좀 특이한 경우로 긴 해안선을 따라서 항만이 분포돼 있어 항만을 한눈에 조망할 수 없고 찾아오기도 힘들다. 딱히 어디가 당진항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이런 걸까? 그 이유는 당진항이 아산만 내부에 위치해 풍랑이나 태풍에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자연적인 정온수역이 확보되니 굳이 방파제를 축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당진항의 큰 장점으로 항만건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파제 축조비를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넓은 배후지를 확보해 원료도입-제품생산-수출을 한곳에서 처리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당진항 현황=당진항은 법적인 명칭이 아니다. 평택지역과 단일항만으로 지정돼 정식적인 법적명칭은 평택ㆍ당진항인 것이다. 그러나 당진항은 행정구역상 당진지역에 속한 부두를 통칭하는 것으로 서부두, 고대부두, 송악부두(평택ㆍ당진항 관할) 및 당진화력(대산항 관할)을 포함한다. 당진항은 현재 4개지구 32개 선석(선박을 접압시킬 수 있는 시설)이 완공돼 운영 중이며 배후에 위치한 산업단지와 연계돼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 5년간(2007~2012) 처리 물동량이 2.8배 이상 증가했으며 연평균 23.3% 증가한 것이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성장으로 동기간 국내항만 처리 물동량 증가율(연평균 4.0%증가)보다 6배정도 많은 양이다.
송악부두는 시설과 처리물동량 면에서 당진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1995년 한보철강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재원으로 3선석을 건설했고 현대제철에서 인수한 이후 20만t급 부두 등 본격적으로 부두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철광석, 석탄 등 원료도입을 위한 부두와 생산된 제품을 출하하기 위한 부두로 구분돼 있으며 금년 고로3호기가 가동되면서 물동량이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고대부두는 고대국가산업단지 전면에 위치했으며 동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기업의 물류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됐고 증가하는 잡화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국가재원으로 잡화부두 2선석(3만t급, 5만t급)을 건설하고 있다. 또한, 전기로의 원료인 고철ㆍ선철과 슬라브(Slab, 기초철강제품)등을 수입하고 철강생산품 및 철강후판을 출하하고 있으며 액체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부두를 건설 중에 있다. 서부두는 평택지역과 당진지역사이의 공유수면을 매립해 건설하는 항만으로 서해대교를 지나가다 보면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부두를 볼 수 있다. 시멘트, 잡화, 양곡, 액체화물을 처리하고 있으며 특히 2011년에 완공된 양곡터미널은 부두규모 및 저장능력이 국내 최대를 자랑하고 있다. 당진화력부두는 지역에 입지한 화력발전소 전용항만으로서 연간 1300만t 이상의 화물을 처리하고 있으며 향후 20만t급 부두를 증설할 계획이다.
◆당진항 주요 현안사항
신평~내항간 연결도로 건설=당진항과 평택항은 법적으로는 단일항만으로 지정돼 있으나 양 지역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도로가 없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당진지역은 철강관련 산업이 발달했고 평택지역은 컨테이너 및 자동차산업이 발달해 상호 기능보완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으로 신평~내항간 연결도로는 시급히 추진돼야 할 사항이다.
항만 유관기관 신설=당진항은 국제무역항이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해양항만 기관이 없어서 지역주민 및 항만이용자들의 불편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방해양항만청을 비롯해서 C.I.Q기관(세관, 출입국관리사무소, 검역소-항만의 선박,화물,선원의 입출항을 지원하는 기관), 해양경찰서 등 모두 평택지역에 위치하여 업무처리를 위해서는 70㎞가 넘는 거리를 왕복해야 한다. 작게는 개인과 기업의 불편과 손실이지만 크게는 당진항과 국가전체의 경쟁력 손실이다. 국내 최고의 물동량 증가율을 기록하고 국내 최대의 철강제품을 처리하는 당진항에 아직까지 변변한 지원기관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특히, 신설 추진 예정인 중부해양경찰청은 반드시 당진지역에 유치해 해상치안 확보는 물론 기타 기관유치의 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당진항 분리지정=당진지역은 항만규모나 물동량 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된 항만으로 지정되지 못하고 평택 당진항의 일부분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평택지역 항만이 상대적으로 먼저 개발되다 보니 항만에 대한 정책수립, 국가예산 투입이 평택지역을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정부기관들도 모두 평택지역만 위치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고자 지난 2000년도부터 당진항 분리지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나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항만통합운영이 필요하다는 경기도와 주무부처의 논리에 밀려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진항-대련항 우호항만 협약식 모습 |
석문지구 신항만 개발=당진항을 배후로 한 대규모 산업단지가 개발되고 기업들의 연이은 입지와 설비투자로 인해 발생 물동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증가하는 화물을 원활히 처리하고 고부가 물류기업을 지속적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항만개발이 우선돼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당진의 해안은 항만개발, 산업단지조성, 방조제 건설로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당진의 신항만 개발은 경제성이나 환경영향성을 고려했을 때 석문국가산업단지 전면해상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진항이 기존 대기업 전용항만 위주로 개발됐다면 신규로 건설되는 석문부두는 국가재원 투입을 통한 공공성확보 및 다양한 화물과 고부가가치 물류를 지원할 항만으로 개발돼야 할 것이다.
글로벌 항만 네트워크 구축=항만의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생존을 위한 전략적인 항만제휴(Port Alliance)가 증가하고 있으며 경쟁적협력(Co-opetition)관계 구축이 절실해 지고 있다. 당진항은 항만개발의 후발주자로서 세계적으로 항만을 알리고 운영합리화와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국내ㆍ외 항만과 코티피션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당진시는 싱가포르 PSA-당진항-중국(일조ㆍ대련ㆍ청도)을 연결하는 Tri-Angle Port Alliance 체계를 구축의 일환으로 각국 항만과 교류 및 우호협력체결을 추진 중이다.
항만물류조직 역량 강화=당진항의 시설 및 물동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민간 기업체 중심으로 지엽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항만에 대한 전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조직역량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해양ㆍ항만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면서 신정부 출범이후 해양수산부를 신설했으며 충남도 차원에서도 해양수산국을 신설하는 등 시대적인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당진시에서는 2014년 건설교통항만국을 설치하고 전담조직인 항만물류과를 신설할 예정이다. 또한, 기존의 해양관광공사를 해양항만관광공사로 전환 설립해 항만전문인력 양성, 항만개발ㆍ운영에 대한 효율성 및 공공성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당진항, 서해안 시대의 원동력=항만은 세계로 연결하는 물류고속도로로서 신도시 개발, 대규모 산업단지 개발과 각종 교통인프라 구축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항만에서 시작해 산업발달-인구증가-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순환구조의 시작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해양과 항만의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으며 기업과 마찬가지로 항만도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당진항은 당진지역뿐만 아니라 내포권, 세종권, 충청권 및 중부내륙권의 성장을 선도하는 관문항으로 다가오는 서해안시대와 환황해시대의 중심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진=박승군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