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기]위기는 곧 기회, 지혜를 발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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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기]위기는 곧 기회, 지혜를 발휘하자

[월요아침]정용기 대덕구청장

  • 승인 2013-11-24 12:55
  • 신문게재 2013-11-25 16면
  • 정용기 대덕구청장정용기 대덕구청장
▲ 정용기 대덕구청장
▲ 정용기 대덕구청장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아홉 살에 아버지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직업이었고 일이었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마라. 그림자 말고는 친구도 없고 병사로만 10만. 백성은 어린애, 노인까지 합쳐 200만도 되지 않았다. 배운 게 없다고 힘이 없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목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 뺨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했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13세기 초 중앙아시아부터 유럽까지 거대한 몽골 제국을 세웠던 칭기즈 칸이 남겼다는 말이다. 어려운 역경과 위기를 그저 탓하지 않고 극복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달군 그의 기개와 자신의 극한적인 운명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는 절절한 구절이다.

대덕구정을 이끌어 온 지도 이제 8년째를 맞았다. 처음 대덕구정을 책임지게 됐을 때 느꼈던 참담함은 칭기즈칸의 그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단 지역이라 오염과 악취 민원에 시달려 주민들의 삶의 질은 열악하기만 하고 경부고속철도와 경부선 철도, 경부고속도로, 17번 국도가 도심을 단절해 삭막하기 그지없는 환경적 상황.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외와 상실 속의 주민들. 모든 것이 녹록지 않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열악한 시설과 재정적 여건만 탓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덕구의 역경극복 사례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소망을 함께 담아 소개한다. 대덕구의 어려운 여건에서 시선을 돌려 대덕구가 경계로 삼고 있는 3대 하천과 금강, 대청호, 대전의 명산 계족산이라는 천혜의 조건을 활용하기 위한 개발 사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로하스금강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추진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와 노력으로 로하스 해피로드와 계족산 황톳길, 3대 하천을 잇는 '200리 로하스 길'을 조성해 대덕구가 전국 최우수 생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공단도시, 오염도시라는 오명을 걷고 이제는 살기 좋은 생태도시라고 불러도 부끄럽지 않은 변화를 이뤘다.

단지 하드웨어적인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전 5개 자치구 중에 삶의 질이 가장 낮고, 주민들의 소외감이 컸던 지역에 삶의 질 변화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도 절실했다. 정말로 한 지역을 변화시키려면 사람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또, 사람이 변하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교육과 학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학습도시 조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예산과 주변 환경, 평생학습센터 하나 지을 돈이 없는 열악한 재정 환경까지 모든 상황은 위기와 역경으로 돌아왔다. 좌절할 수만 없던 절박한 심정은 곧 학습이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가면 된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배달강좌제가 탄생했고, 이제는 대전 전 자치구를 비롯해 전국 46개 지자체가 벤치마킹하는 명품시책이 됐다. 이런 성과로 열악했던 대덕구의 평생학습기반에도 불구하고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 최우수 평생학습도시가 될 수 있었고, 2009년에는 전국 평생학습도시 대상을 받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아울러 성매매 집결지로 골머리를 앓던 중리동을 걷기 좋은 길로 바꾸고 무조건적인 단속이 아닌 지역재생사업을 통한 자연스러운 업종 전환으로 중리행복길로 재탄생 시켰다.

위기는 곧 기회다. 역경에 좌절하고 그저 환경 탓만 했다면 도저히 이뤄낼 수 없었던 일도 오히려 기회로 사용한다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연말이 왔다. 또다시 지방재정에 대한 위기론이 대두하고 있다. 의례 예산편성 때마다 반복되는 재정 악화 문제다. 지방정부가 진정 힘써야 할 것은 화려한 개발사업과 축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윤택한 주민의 삶의 질 변화다. 역경을 그저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지혜가 진정으로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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