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은 어떻게 보내야 하나.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인지, 채우지 못한 욕심을 채우기 위한 시간인지. 또 다시 정신없는 하루 하루가 계속될 듯 하다. 욕심을 버려야, 마음을 비워야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인가.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대붕(大鵬)이 되었다는 장자의 이야기는 지천명을 앞둔 이에게 기다림과 함께 욕심인지 욕망인지 모를 뭔가를 던져준다. 그동안 살아온 것이 어떠했는지, 메추라기로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갈 것 같았던 사람의 어리석음을 탓하기도 한다.
대붕은 몸길이만 수만리에 달하고 북쪽 바다에서 태어나 남쪽 바다의 긴 여정을 기다리는 상상속의 새다. 서양의 알바트로스와도 비교되기도 하는데, 중국인들의 '크기'에 대한 허세는 그들이 남겨놓은 몇몇 유적의 규모 만큼이나 놀랄만하다. 어쨌든 그 큰 새가 날기 위해서는 바다를 움직일 만한 바람이 불어야 가능하다는데, 태풍 정도는 불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태풍이 불면, 메추라기나 작은 새들은 피하기 바쁜데, 대붕에게는 비로소 날개를 펴고 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지방선거라는 큰 바람이 온 사회를 뒤흔들 태세다. 정치인들에게는 한번 놓치면 다시 날 기회를 갖기 어려운 선거시즌이다. 선거에 출마할 수많은 대붕들의 의미있는 날갯짓도 그만큼 비장할 듯 하다.
선거에 나서는 대붕들의 늦가을은 정서적이기 보다는 동적인 면이 많겠다. 단풍을, 만추를 느끼려는 행락객에게서 그들은 자신의 이름과 얼굴 알리기에 바쁘다. 날 준비가 됐으니, 날 좀 더 봐달라는… .
출판기념회도 넘쳐나고 있고, 아예 공식 출마선언으로 행보를 가속화하기도 한다. 현직시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된 대전시장 선거는 어느 곳보다 치열하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데, 7명이나 되는 그들의 중앙당 '줄대기'에 따른 '배경싸움'도 볼만하다. 최근에 입성한 원조 친박 서청원 의원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인데, 김무성 의원과의 대결 과정이 이지역 공천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은 나란히 원조 친박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무성 의원은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혜택을 누리면서 한자로 멀 원자의 '원박' 정도로 이해되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당내 헤게모니 싸움은 지방선거 공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후보들의 줄대기는 어쩔수 없는 현상일텐데, 조만간 이뤄질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 선출에서 3명의 지원자 중 어떤 인물이 간택되는가가 미리보는 공천의 표본이 될 듯도 해 보인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사실상 권선택 전 의원 한명만이 대붕의 비상을 위한 자리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권의원 역시 속이 타는 것은 마찬가지다. 선진당에서 넘어온 터라 여기저기 견제가 많다. 아직은 '유령'같은 안철수 신당도 창당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들이 지방선거 전장으로 나오게될지,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될지 주목된다.
대붕이 날기위한 전제조건인 바다를 움직일만한 바람. 선거에 대입해 본다면, 그것은 유권자를 움직일 만한 바람일 것이다. 얼마나 많은 유권자들이 그들의 날개 밑에서 큰 바람을 일으켜 줄지가 관건이겠다.
결국, 장자의 대붕이 날기 위해서는 선거 바람이 아닌, 유권자의 바람을 타야할 것으로 보인다. 바람에 휩쓸려가서도 안되겠다. 이 바람은 유권자의 바람(기대)을 더 충족시켜 줄때 더 세찬 바람으로 다가오겠다. 비록 날다 바람이 약해져 곤두박질 치더라도, 대붕은 날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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