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야학은 10대부터 70대까지… 모두가 동문

한마음 야학은 10대부터 70대까지… 모두가 동문

1989년 개교… 2011년부터 주간ㆍ야간반 운영 3년간 160명 검정고시 합격, 16명 대학 진학

  • 승인 2013-11-20 14:13
  • 신문게재 2013-11-21 9면
  • 아산=김기태 기자아산=김기태 기자
어렸을 때에는 배움의 기회를 빼앗기고, 지금은 생활이 빈곤해 살면서 두번의 기회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배움의 터이자 동반자 역할을 하는 야학이 있다. 대전시 대사동 '한마음 야학'이 바로 그곳이다. 이 곳 학생들 대부분은 젊은 시절 돈이 없어서 또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학습의 기회를 다른 가족에게 양보한 희생자다. 스스로 공부를 포기한 것이 아니기에 야학에 다니는 늦깎이 학생들의 배움의 열정은 고3 수험생 못지않다. 1989년 개교 당시 학습기회를 놓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했지만, 3년 전 이중(대전문화초교사ㆍ사진) 교장이 취임하면서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해 졌고, 중국동포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3년간 160여 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16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이와 같은 성과는 이중 교장이 야학 운영을 학교처럼 운영하고, 교수 등 전문직 4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학습기회를 놓친 늦깎이 학생들의 등불이 되고 있는 이중 교장으로부터 한마음 야학에 대해 들어본다.<편집자 주>

▲올해 9월 졸업식 모습.
▲올해 9월 졸업식 모습.

▲이중 교장
▲이중 교장
-한마음 야학 교장을 맡은 계기는?

▲40여 년 가까이 교육자의 길을 걸어오면서 사회에서 대접을 받았기에 갚는다는 마음으로 교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봉사보다는 사회 환원 차원에서 야학에 몸담고 있다.

한마음야학과 인연은 맺은 것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전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청소년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야학 소식지를 접했다. 어려운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 야학 교사가 됐다. 그때 학생은 6명, 교사는 7명뿐으로 열악했다.

내가 교사가 되기까지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 분들에게 보답하는 일은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꿈을 주고 그 꿈이 현실로 변화하도록 돕는 일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직업으로 보고 야학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겠다.

-한마음 야학은 어떤 곳인가?

▲배움의 기회를 빼앗기거나 놓친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1989년 학습기회를 놓친 중장년층을 위해 개교했고 당시는 야간반만 운영했다. 이 후 2011년 대전동부교육지원청에 평생교육원 등록을 마치고 주ㆍ야간반을 운영하고 있다.

주간반은 한글 기초반과 상급 과정을, 야간반은 초ㆍ중ㆍ고 검정고시반을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컴퓨터, 생활한자, 생활영어, 예쁜 글씨반도 운영하면서 수강생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 있다. 학생들의 자존심을 고려해 한글 과정은 무지개반, 초등은 예쁜손글씨반, 중등은 장미반, 고등과정은 상아탑반으로 정하고 운영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야학이 운영돼 왔는데 운영목표와 다른 야학과 다른 점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학습의 기회를 다른 가족에게 양보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스스로 공부를 포기한 것이 아니었기에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공부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고 학창시절이 동경의 대상이다.

이들에게 학업에 대한 기회뿐만 아니라 누리지 못한 학창시절의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이 다른 야학과 다른 점이다. 우선 과정별로 학습발표회를 열어 학생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고, 수학여행, 체육대회, 방학, 졸업앨범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물론 모든 비용은 무료다. 정규교육과정을 받지 못한 야학 학생들에게는 이 같은 프로그램은 큰 기쁨이자 잊지 못할 추억이 되고 있다. 학생들은 철부지 학창시절로 돌아가 즐기고 있다. 800여 명의 졸업생들은 동문회가 구성됐고, 반창회까지 만들어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야학 운영을 민주적이 투명하게 운영했기 때문이다.

-교육에 어려움도 많을 텐데?

▲학생들의 나이가 많기 때문에 학습의 이해도가 늦다. 이를 감안해 자원봉사 교사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끈기 있게 반복학습을 하고 있다. 다행히 학생들이 교육에 대한 갈증이 커 배우고자 하는 열정은 고3 못지않아 교사들은 광고에 나오는 건전지처럼 지치지 않고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야학 규모가 커지고 활동을 다양하게 운영하다보니 솔직히 살림살이가 빠듯하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이 비용은 전체 운영비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국가가 해야 할 교육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지원을 해 줬으면 한다. 현재 후원자와 자원봉사 교사들의 후원으로 버티고 있다.

가장 급한 것은 학생교육 지원과 사무처리, 행정기관의 연락 등을 위해서 상근 직원이 필요한데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교육의 내실을 위해서는 이 부분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교사들의 스펙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자원봉사자로 나선 교사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대학교수를 비롯해 현직 교사, 대학원생, 연구원 등 내노라하는 인물이 많다. 이들은 회비를 내면서까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현재 40여명의 교사들이 80명 가까운 학생들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과 학생들의 역할은 다르지만 서로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만족하고 있다. 학생들은 배움의 기쁨을, 교사들은 사회 달인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맨토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교사들에게 열심히 가르치고 보람만 가지고 가라고 늘 주문한다.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

▲모든 학생들이 기억에 남지만 구지 한명을 말하자면 사고를 당한 남편을 20여년간 수발한 한 중년 여성이 초ㆍ중ㆍ고 검정고시에 합격한 사례가 아직까지 생각이 난다. 당시 이 여성은 자식들의 손에 이끌려 야학에 왔다. 외출도 자제한 채 남편 수발을 하는 것을 안타까워 한 딸이 배움에 목말라 하는 엄마를 위해 모시고 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집에 두고 온 남편 때문에 힘들어 했지만, 공부에 대한 갈증이 컸던지 불과 일년만에 초ㆍ중ㆍ고 검정고시를 모두 통과했다. 이 여성은 작가를 꿈꾸고 있으며, 내년 문화예술제 연극의 시나리오를 쓰기로 약속한 상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오는 23일 30년 전에 졸업한 인세초등학교 학생들이 초청해 만나러 간다. 내가 야학에서 가르쳤던 학생들도 30년 후에 찾아와 추억을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학교 교육만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공부가 늦은 것은 잘못이 될 수 없다. 한마음야학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들의 평생교육기관이므로 공부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었던 사람들을 환영한다. 끝으로 야학도 평생교육 시대의 새 지평을 여는 차원에서 접근하겠다.

아산=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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