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회 ETRI 광인터넷부품연구실장 |
이러한 통신용량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ETRI는 최근 벨 연구소와 함께 빛의 성질을 이용한 새로운 네트워크 확장 기술을 개발했다. 트래픽 과부하 문제 해결에 청신호를 킨 것이다.
지금까지 광통신의 개념이 빛의 세기를 조절하는 개념이었다면, 이 기술은 빛의 고유한 성질인 위상과 편광을 조절함으로써 용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그동안 디지털 신호는 0과 1로만 구분됐지만 이 기술은 빛의 성격을 세분화해서 무한대로 확장하는 신기술이다. 아울러 LTE 방식(OFDM)을 적용함으로써 고속처리도 가능하게 했다.
과거에는 통신망을 확장하려면 광케이블을 추가로 포설하는 방식을 썼다.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신기술의 개발로 앞으로는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하되 광 송·수신장비 교체만으로도 고용량·고성능화가 가능해진다.
지난 11일, ETRI는 벨 연구소와 함께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운용하는 미래 네트워크 연구 시험망(KOREN)을 이용하여 KAIST 문지캠퍼스에서 서울까지, 총 510km에 달하는 거리의 100Gbps급 송수신에 성공했다. 기존에 한국과 미국 사이를 연결하는 장거리 해저 광케이블이 최대 40Gbps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빠르기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이번 광통신 고속도로 확장기술 개발을 통해, 앞으로 스마트폰, 인터넷 사용자가 2.5배 이상 폭증해도 현재와 같은 수준의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혁신 네트워크를 통해 모바일 세상은 더 안정되는 동시에 자유로워질 것이며, 사용자는 끊김 없는 최적의 네트워크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소통량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풍부하고 실감나게 진화하는 통신망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두 연구기관이 협력하여 일군 결과이기에 더욱 뜻 깊은 이 기술은 향후 차세대 통신망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회와 대한민국 ICT산업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차세대 광통신 시스템 및 부품 분야에 대한 산업발전 기반 구축으로 미래 신성장동력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ETRI는 본 기술을 통해 국제특허출원 24개, 국내외 논문 10여 편, 광 부품제조업체 등에 기술이전 4건 등의 성과를 올렸으며, 선진 기술 습득을 통해 기술적 장벽이 있는 코히어런트 광 기술을 최소비용으로 확보, 향후 파장 당 400Gbps 및 1Tbps 링크와 이더넷용 핵심 광전부품을 개발, 관련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모바일 기기와 콘텐츠의 폭발적인 증가, 클라우드 서비스의 출현 및 서버의 가상화 등에 따라 유무선 통신 용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5년 안에 1Tbps 전송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ETRI는 이번 100Gbps를 시작으로 오는 2016년에 400Gbps, 2020년 1Tbps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가 완성되는 2020년에는 현재보다 25배나 성능이 좋아지게 되는 셈이다.
이는 2시간 분량의 DVD 4장을 1초 만에 전송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양한 스마트 단말기 사용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통신량 폭주 상태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신기술이자 미래 광통신 시대를 이끌어 갈 혁신기술이다. 빛의 다양한 성질을 이용해 무한대로 통신 용량을 확대시키는 시대, ETRI가 열어가는 차세대 네트워크의 시대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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