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
필자는 2007년부터 초대, 2대 원장으로 4년간 봉사하면서 대전 문화산업의 기틀을 잡는데 노력한 사실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재임 중 중앙정부로부터 'HD드라마타운' 사업 885억의 예산을 확보하고, 문화기술(CT)센터의 건립을 통해 미래를 위한 인프라가 준비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10년 전 제임스 카메론 감독 3D(입체)스튜디오 대전 유치에 앞장섰던 기억도 새롭다. 당시로서는 유리한 협상조건을 유도했으나 끝내 무산된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200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 3D영화 '아바타(Avatar)'개봉을 기점으로 3D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을 정확히 알았다면 대전시는 그의 제안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며 자연스럽게 전 세계 3D 선도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디스플레이 서치(Display Search)는 내년 세계 3D TV시장만 57조원 규모라 예측한다.
대전은 공장부지가 부족하여 제조업으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해 3차 서비스 산업, 그 중에도 투자대비 일자리 창출이 가장 큰 문화산업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중국, 인도 등 신흥 산업국의 추격을 받는 한국의 현실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전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야하는 개척자의 역할을 운명처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대전 문화 산업의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돌아 볼 때 아쉬운 점들도 있다.
첫째, 문화산업진흥원은 공조직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문화산업은 문화, 예술, 미디어, 비즈니스, 관련 기술이 융합된 전문분야이다. 지역 문화산업을 진흥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2011년 다른 지역의 문화산업진흥원장 김모씨는 재직 중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도 비근한 예다.
문화산업진흥원은 대전시 출자출연기관이며 원장은 법적으로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을 따라야 한다. 다른 지역 원장이 드라마 출연 등 겸업행위를 한다는 사실은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들은 바 없다. 언론을 통해 비춰진 내용, 새삼 파헤치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원장의 겸업 행위를 위해 공조직 규정을 '이효정 맞춤형'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추후 원장에 있어 대우와 복무규정을 다시 고려해야할 상황이 올 것은 불문가지이다. 형적인 조령모개(朝令暮改)이다. 오늘 있다 내일 없어질 조직 아닌 이상, 기관의 영속성을 위해 좋은 선례가 아니다.
시 정책당국이 가진 문화산업에 대한 가치가 필자가 보는 미래와 많이 다른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국적으로 창조지수가 가장 높고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대전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둘째, 문화산업의 혁신적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융합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이 실제적으로 한 장소에 실현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HD드라마타운'과 '기초과학연구원(IBS)'이 건립될 '엑스포과학공원'이 바로 그렇게 되고 있다. 대전은 이러한 융합의 시대를 맞아 문화산업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10년 전 3D 시대를 예측하지 못한 것 같이, 지금도 6년 7년 후의 융합 콘텐츠의 미래를 놓치고 있지 않는지 정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국제과학기술비즈니스벨트의 원안은 이러한 융합의 비전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지역에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액션영상센터'나 탤런트들 얼굴 보여주기 식 '드라마 페스티벌'로는 이러한 거대 담론을 담을 수 없다. 대전 시민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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