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22건의 헬기 사고 중 도심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인이 어떻게 규명되든 단순 사고로 넘길 일이 아니다. 당국의 예방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항공기 운항 관리의 허술함이 빚어낸 인재(人災)로 단정된다. 지난 20년간 건축물 평균 높이가 2배 이상 고층화된 현실에 눈감고 사실상 손 놓고 있었던 탓이다.
기업과 병원 등의 민간 헬기 등록 수는 지난 10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비해 고층건물 항공장애등 관리를 포함해 도심 운항 항공기의 안전 대책은 한마디로 부실 그것이었다. 육안에 의존하는 시계 비행 사실을 지역민들이 처음 접하고 자신의 아파트가 도심의 암초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이다.
지상의 교통사고처럼 언제든 고층숲 속의 항공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음을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30층 이상 건물이 1020곳이 넘고 초고층 건물의 반 이상은 아파트다. 대전만 해도 대덕구 소재 50층 아파트를 비롯해 초고층 또는 고층 숲이 즐비한 신도시 지역은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건축물 고도 심의 과정에서도 비행고도를 고려하는 등의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고층 건물이 급증하는 천안, 청주 등 다른 도시에도 해당된다. 무엇보다 항적 추적이나 관제 없이 운항하는 지금의 한계성을 극복해야만 한다. 즉각 운행 태세가 관행인 기업 헬기, 소규모 업체의 관리는 더 문제다. 무리한 운항을 막아야 재발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민간 헬기의 운항을 통제하는 기구를 만드는 등의 고강도 안전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헬기 사고가 더 이상 도시형 재난이 되지 않도록 점검과 대비가 필요할 때다. 민간 헬기의 비행을 금지할 규정도, 운항 정비나 고도를 제한할 안전규제 메뉴얼 없이 민간에 자체 운영 및 대책을 맡긴 결과가 이번과 같은 화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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