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대학별로 쓰고 남은 전형료를 응시자에게 돌려주기로 했지만, 혜택 시기가 올 정시모집부터로 수시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시 서류 전형에서 낙방했을 때는 전형료 전체를 고스란히 날리게 되는 셈이다.
또 전형료 환불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이 정책에 대한 실효성마저 의문시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험생들은 수시(1, 2차 포함) 6번, 정시 3번(가, 나, 다군) 등 최대 9번을 지원할 수 있다. 대학별 전형료는 사립대 기준으로 지방대 일반 및 특별전형 3만~5만원 가량, 예체능계 7만원 대가 평균적이다. 서울 및 수도권 대학은 이보다 훨씬 비싸 예체능계의 경우 전형료가 15만 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
예체능계 자녀를 뒀다는 A씨(50)는 “수시 모집에서 서울권 대학 2곳과 지방대 1곳에 원서를 냈는데 모두 떨어졌다”며 “전형료만 40만 원 가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정시에서도 비슷한 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며 돌려받는다고 해도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대학이 입학전형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쓰고서 남은 전형료를 해당 학년도 4월 30일까지 응시자에게 반환하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의결한 바 있다. 시행령은 이달 23일부터 시행돼 2014학년도 정시모집 응시자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수시 전형료는 고스란히 가계 부담이다.
정시 모집부터 입학전형료를 되돌려 받을 길이 열렸다고 해도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시 또는 정시 기간 중 다른 대학과 일정이 겹쳐 원서비만 내고 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환불해준다는 조항이 빠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형료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는 경우는 응시자 사망, 사고 질병 등 극히 이례적인 사례를 빼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학생과 학부모 부담이 눈에 띄게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윤관석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학년도 전국 대입전형료 총수입은 1520억 6917만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입학전형료는 5만 2100원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대학입시전형료에 대한 부담을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매년 입시 때마다 문제가 되는 전형료 부담을 완화하려면 교육당국이 전형료 상한선을 만들어 제시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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