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반대의 목소리를 낸 사람은 교육 수장인 얀 비외르 크룬드 교육부장관이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교육의 양적성장이 고등교육의 질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도 논쟁에 가세했다. '아프톤블라데트' 등 일간지들은 주당 60시간의 공부, 한 달 100만원이 넘는 사교육비, 4시간밖에 못 자며 혹사당하고 있는 한국의 학생들을 소개하며 '끝없는 공부와 치열한 경쟁을 빼고 한국에서 뭘 배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스웨덴이 한국 교육을 두고 열띤 논쟁을 벌인 일주일 후 한국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온 나라가 숨을 죽이며 수능을 끝낸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안타까운 뉴스가 세상에 알려졌다. '기러기 아빠'로 생활하던 5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음에도 부인과 아들 둘을 미국으로 보내고 홀로 살아가던 아버지가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
전기기사였던 그는 최근 실직으로 인해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항공권 비용조차 마련하기 어려워 가족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학비용도 아들의 용돈 정도만 송금했고 학비와 미국 체재비 대부분을 아내가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며 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에는 삶을 자책하는 내용과 아들에게 '아빠처럼 살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크게 16차례 바뀌었고 교육제도는 연례행사처럼 변했다.
그 여파는 이제 가족해체까지 가져왔다. 50만 가구 '2010년 인구주택 총 조사'의 기러기아빠들이 오늘도 술잔에 삶의 무게를 얹으며 힘겨워 하고 있다. 성적을 비관해 죽음을 선택하는 일도 줄지 않고 있다. 한편에선 헬리콥터맘, 알파맘, 매니저맘처럼 자녀 교육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부모군단도 생겨나고 있다. 교육에 목매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교육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지 삶의 전체일 수 없다. 그러나 어느새 우린에게 교육은 삶의 전부가 됐다. 행복을 찾기 위한 배움이 불행의 씨앗이 되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스웨덴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김은주·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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