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대교 경찰과 의경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다. |
30여분쯤 지났을까. 첫 번째 음주운전자가 단속에 걸렸다. 경찰은 음주운전자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차도 대신 주차했다.
우선은 마지막 술을 마신지 20분이 지났는지를 확인하고 가글을 하도록 했다. 음주운전자가 3초 정도 풍선 불듯이 불어 측정된 결과는 0.067%. 면허정지 100일이다. 운전자는 “대리운전을 부르려고 했다”고 말했다.
만취한 여성 운전자도 걸렸다. 이 여성은 음주측정에 협조하지 않았다. 길에 앉아 얼굴을 감싸고 울고, 도주를 시도하는 등 10분 간격으로 3회 진행된 음주측정을 거부해 결국 검찰로 송치될 예정이다. 알고 보니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로 또다시 음주와 무면허를 한 상습범이었다.
어느덧 3시간이 지나 오전 1시가 됐다. 3시간 동안 걸린 음주운전자는 모두 3명. 경찰은 “금요일 밤이지만 지속적인 음주단속으로 단속 건수가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단속하는데 어려운 점을 물었더니, 이승희 경사가 “춥고 배고픈 것보다 의경들이 도로 위에서 단속하기 때문에 교통사고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며 안전성 문제를 언급했다.
같은 시각 서구 도마네거리에서는 단속 장비를 설치하기 무섭게 음주감지기가 연신 '삐~' 울려댔다. 3분도 채 안 되는 간격이었다. 금세 재측정을 기다리는 운전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귀가하는 시간대라 모두 반주로 한잔했다고 했다.
연달아 6명 정도가 1차 적발돼 단속경찰관 3명의 손과 발이 바빠졌다. 의경 5명이 지원돼 모두 8명이지만 도로와 골목길까지 맡아야 하기에 부족했다.
단속용 승합차 앞 재측정 대기자들은 물을 마시고 심호흡을 하며 초조해했다. 동승한 가족이나 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골목길을 지키는 경찰에 적발된 한 중년 남성은 “운전하지 않고 시동만 켰다”며 “한 번만 봐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측정결과 면허정지 100일에 해당하는 0.086이다. 친구와 밥을 먹으며 소주 한 병을 반씩 나눠마셨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애원하다가 갑자기 경찰의 이름을 물으며 한참을 화내다 돌아섰다.
초반에 단속된 다른 운전자들은 정말 한잔만 했는지 0.048, 0.042, 0.038% 등 아슬아슬한 수치가 나왔다.
서부경찰서 교통안전계 유정수 팀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혈중알코올 농도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또 측정을 하면 단속될 수 있다”며 “운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한 뒤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훈방조치 되는 운전자들은 “고맙다, 앞으로는 절대 한잔을 마셔도 운전하지 않겠다”며 여러 번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이들과 약간의 차이로 0.052가 나와 면허가 정지된 운전자는 “정말 맥주 두 잔을 마셨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그런데 0.099%가 나온 한 운전자는 0.1% 이상이 아닌데도 면허가 취소됐다. 알고 보니 과거 2번이나 전력이 있던 터라 '삼진아웃'이라 적용된 것이다.
단속은 자정까지 이어졌다.
경찰들은 음주운전자들에겐 물을 건네면서도 자신들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도로와 골목을 누볐다. 음주단속은 가만히 서서하는 것이 아니었다.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고속으로 달아나는 운전자까지 제압해야 한다. 흉기를 든 범죄자와 대치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 셈이다.
유 팀장은 “음주사고는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가족 또는 대리운전을 부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며 “술 마시거나 마실 것 같은 날은 아예 차를 두고 다니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희성·장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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