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인문·사회과학 행복장터'에 바란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광기]'인문·사회과학 행복장터'에 바란다

[월요아침]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 승인 2013-11-17 13:12
  • 신문게재 2013-11-18 16면
  •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사회과학을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수행하면서 겪는 많은 고민 중에 가장 큰 것은 아마도 '이론'(Theory)과 '실제'(Praxis)의 경계를 해결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사회과학의 특성으로 인해, 현실을 도외시한 연구는 실효성이 없는 결과로 담론의 수준에 머물거나 또는 이론적인 연구나 탐구의 결과로 치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제만을 강조한 연구는 이론적인 기반이 취약하여 단순한 현상의 분석이나, 그 현상에 대한 단편적인 대안만을 제시하는 것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론'과 '실제'의 경계는 적어도 사회과학적 연구에서 상호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실제적 현상들에 대한 이론적 이해와 분석을 위해 '이론'의 정립이 요구되는 것이며, 또한 이론의 기반 위에서 '실제'의 변화와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서는 '실제' 또한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 따라서 사회과학자들이 실제적 현상을 연구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와 같은 '이론'과 '실제'의 경계를 인식하고, 그 경계를 때로는 한정지을 필요도 있고 또 그 경계를 넘어서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사회과학이 분명하게 사회현상과 사회적으로 나타난 문제들을 인식하고 현상에 대한 인식과 그 인식의 토대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면, '이론'과 '실제'의 문제는 서로 독립적인 위치를 점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 바로 이러한 연관관계를 형성하여 연구를 수행할 경우, 비로소 사회과학이 '사회'를 전제로 한 연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수행되고 있는 많은 사회과학적 연구들은 '사회'를 전제하지 않고 단순히 이론적인 연구만을 위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권력제도에 대한 연구나 정당의 기능과 역할, 선거제도 등과 같은 수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제도에 대한 연구가 그렇고, 고용과 복지를 비롯한 경제문제에 관한 연구도 그렇다. 물론 대부분의 연구들이 우리사회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분석을 바탕으로 대안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때로는 현실을 무시한 이상적인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사회과학적 연구의 많은 성과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부나 국회는 물론이고 연구자들에게 조차 공유도 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특히 현실의 토대위에서 이론적인 대안을 충분히 제시하고 있으며 정책적인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어 바로 정책으로 활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마디로 사회적인 낭비이고 국가적인 손실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사회과학은 단순히 학문적인 관심이나 연구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특히 사회과학이 '사회의 현실'이나 '실제'를 문제 삼고 그 전제 위에서 수행되는 것이라면, 그 연구의 성과는 연구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확산과 공유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위한 단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문제점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토대로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이 사회와 국가 그리고 국민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근본적인 인식 하에서 지난 13일부터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한 '2013 인문·사회과학 행복장터'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연구성과를 연구자들은 물론이고 정부와 일반 국민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장(場)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이번 행복장터는 사람의 삶 속에서 정보와 물건과 나눔이 함께 공존하는 장터에서 '나누는 삶·풍요로운 삶·함께하는 삶'을 위한 소통과 통합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헹복을 위한 사회과학적 책무를 일부나마 감당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행사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연구자들간의 소통과 통섭, 연구자와 일반 국민, 그리고 정부와 소통하고 성과에 대한 공유와 확산의 기회를 제공하고 앞으로 지속되기를 희망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