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
분명한 것은 '이론'과 '실제'의 경계는 적어도 사회과학적 연구에서 상호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실제적 현상들에 대한 이론적 이해와 분석을 위해 '이론'의 정립이 요구되는 것이며, 또한 이론의 기반 위에서 '실제'의 변화와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서는 '실제' 또한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 따라서 사회과학자들이 실제적 현상을 연구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와 같은 '이론'과 '실제'의 경계를 인식하고, 그 경계를 때로는 한정지을 필요도 있고 또 그 경계를 넘어서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사회과학이 분명하게 사회현상과 사회적으로 나타난 문제들을 인식하고 현상에 대한 인식과 그 인식의 토대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면, '이론'과 '실제'의 문제는 서로 독립적인 위치를 점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 바로 이러한 연관관계를 형성하여 연구를 수행할 경우, 비로소 사회과학이 '사회'를 전제로 한 연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수행되고 있는 많은 사회과학적 연구들은 '사회'를 전제하지 않고 단순히 이론적인 연구만을 위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권력제도에 대한 연구나 정당의 기능과 역할, 선거제도 등과 같은 수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제도에 대한 연구가 그렇고, 고용과 복지를 비롯한 경제문제에 관한 연구도 그렇다. 물론 대부분의 연구들이 우리사회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분석을 바탕으로 대안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때로는 현실을 무시한 이상적인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사회과학적 연구의 많은 성과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부나 국회는 물론이고 연구자들에게 조차 공유도 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특히 현실의 토대위에서 이론적인 대안을 충분히 제시하고 있으며 정책적인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어 바로 정책으로 활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마디로 사회적인 낭비이고 국가적인 손실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사회과학은 단순히 학문적인 관심이나 연구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특히 사회과학이 '사회의 현실'이나 '실제'를 문제 삼고 그 전제 위에서 수행되는 것이라면, 그 연구의 성과는 연구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확산과 공유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위한 단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문제점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토대로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이 사회와 국가 그리고 국민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근본적인 인식 하에서 지난 13일부터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한 '2013 인문·사회과학 행복장터'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연구성과를 연구자들은 물론이고 정부와 일반 국민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장(場)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이번 행복장터는 사람의 삶 속에서 정보와 물건과 나눔이 함께 공존하는 장터에서 '나누는 삶·풍요로운 삶·함께하는 삶'을 위한 소통과 통합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헹복을 위한 사회과학적 책무를 일부나마 감당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행사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연구자들간의 소통과 통섭, 연구자와 일반 국민, 그리고 정부와 소통하고 성과에 대한 공유와 확산의 기회를 제공하고 앞으로 지속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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