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100% 라더니… 배달차서 스티커 바꿔치기

유명 맛집에 중국산 고춧가루 납품 전국 체인점에 173차례 유통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유명한 맛집이 하나 있다. 대전을 본점으로 서울과 부산, 인천, 광주, 대구, 전주 등 전국에 수십여곳의 체인점을 둘 만큼 맛집으로 소문난집이다. 각종 포털사이트 블로그와 언론매체에 등장할 정도인 이 음식점의 매력은 매운맛이다.

그런데 이 음식점에서 그동안 사용했던 고춧가루가 국내산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고춧가루를 납품해온 판매업자가 중국산을 수입해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것이다. 수입해 당국의 허가를 받을 때는 '중국산' 스티커를 붙였다가, 납품하는 배달차량 안에선 '한국산 100% 고춧가루'라는 스티커를 부착해 판매해왔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판사 최형철)은 농수산물 원산지표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구 가양동 S 농산 대표 윤모(40)씨에 대해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종업원 추모(41)씨도 벌금 500만원을 받았다.

윤씨 등은 2012년 10월부터 올 2월까지 해당 식당 본점 등에 총 173차례에 걸쳐 중국산 고춧가루 4065kg을 납품하고 7588만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다.

이들은 중국산 고추와 베트남산 하늘초를 구입해 제분한 다음 이를 5kg 단위로 포장해 중국산 스티커를 붙여 보관하다가 배달 차량 안에서 한국산 스티커를 붙이는 수법으로 원산지를 속여 판매해왔다.

형사5단독은 또 중국산 수입 인삼농축액을 속여 판매한 혐의(대외무역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65)씨에 대해 징역 6월과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신모(65)씨와 김모(61)씨에 대해선 각각 벌금 300만원에 처했다. 이들은 중국산 인삼농축액을 국내로 들여와 원산지가 표시된 라벨을 제거한 후 20kg 말통 125통을 천안과 남천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형철 판사는 “피해자들이 직접적인 금전적 피해 외에도 고객의 신뢰 저하로 인한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건전한 농산물 유통질서를 저해하고 소비자 신뢰를 저버리는 것으로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