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떨어졌는데…' '아들 등록금 좀…' 결국…

수시로 뇌물챙긴 철면피 공무원 항소 기각

뇌물을 받아 구속된 공주시청 공무원이 있다. 1심에서 실형 1년 6월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인 그가 '1심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까지 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왜 선처하지 않았을까.

1996년 임용된 강모(46)씨는 지난해초까지 공주시청 축산계에서 보조사업자 선정 업무를 담당했다. 검찰이 밝힌 범죄사실에 따르면, 강씨는 보조사업자 2명으로 모두 4800여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았다.

공주시로부터 농기계 구입 보조금을 지급받은 관내 영농조합법인 실제 운영자인 A씨는 강씨에게 2800여만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

우선, 2009년 7월 대전 유성구에 있는 음식점과 주점 등에서 210만원을, 두 달 후에는 '계비가 필요한데 준비해 달라'는 A씨에게 100만원을 받았다. 12월말에는 '연말인데 돈이 필요하니 준비해 달라'며 농업기술센터 인근에서 현금(100만원)을 받았다.

두 달 후엔 A씨에게 전화해, '명절 떡값으로 두 장을 준비해 달라'며 현금 200만원을, 한 달 후인 3월 보조사업자로 선정된 후 또 전화해서, '돈 좀 써야 하는데 네가 형 좀 도와줘라. 세 장 준비해달라'며 6월까지 현금 400만원을 받았다.

아들 대학등록금이 필요하니 400만원, 여름휴가비로 100만원, 집에 쌀이 떨어졌다며 받은 40만원 상당의 쌀 등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해 2년 동안 모두 2825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보조사업자 선정을 신청한 B씨에게도 2000만원 상당을 받았다. 현금 1000만원은 모 식당 앞에서 직접 받았고, 보조사업자 선정 대가로 또다시 1000만원 등 모두 2000만원의 금품을 제공받았다.

1심 재판부(공주지원)는 공무원으로서 선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해 수시로 대가를 요구해 뇌물을 받아 공무원 직무집행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훼손시켰다며 실형과 벌금 및 추징금 7500여만을 선고했다.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정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2년 동안 수시로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 점, 뇌물을 건넨 업자들이 보조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한 점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