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의 이번 책 출간은 지난 2011년 아내와 함께 158일간의 세계 일주 여행을 한 후에 펴낸 트럭 타고 떠난 남부 아프리카 캠핑여행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책은 이 교수가 아내와 함께 렌터카를 몰고 18일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마드리드에서 리스본을 거쳐 바르셀로나까지 스페인과 포르투갈 곳곳을 여행한 여정을 담고 있다.
스페인어라고는 '올레(안녕하세요)'와 '그라시아스(감사합니다)'만 알고서 이베리아 반도의 옛 왕궁과 고성들은 물론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산골 마을까지 찾아다닌 여행기이다.
이번 여행기는 달랑 렌터카 예약서 한 장과 아이폰에 내려받은 론리플래닛의 스페인 편과 포르투갈 편의 전자책에만 의존하면서 용감하게 여행한 기록이 상세하게 담겼다.
1장에서는 이베리아 반도의 고성과 왕궁의 옛 추억들을 찾아가는 마드리드, 톨레도, 세고비아, 아빌라, 살라망카, 리스본, 신트라, 라고스까지의 여정을 담고, 이곳에서 옛 고성들과 왕궁을 찾아보며 옛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대서양과 지중해 해안의 절경들을 보면서 로마인과 무슬림,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자기 영역을 지키고자 쌓아올린 두꺼운 성벽과 높은 성채를 보면서 타인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 피와 땀을 흘려가며 살아온 옛사람들의 긴박한 숨결을 느낄 수 있다.
2장에서는 이슬람과 기독교 두 문명의 충돌 현장인 세비아, 코르도바, 그라나다를 찾아서 이제는 이슬람과 기독교가 공존하는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계속된 쟁투 속에도 살아남아 융합되어 전해지고 있는 이들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했다.
3장에서는 시에라네바다의 알푸하라스 고원지대의 아름다운 풍경과 신비스러운 하얀 마을들을 찾아 트레킹을 하고 발렌시아의 인형축제 현장과 바르셀로나의 가우디의 화려한 건축 작품을 돌아보고 있다.
책 속에는 이베리아 반도의 높고 두꺼운 성벽과 호화로운 성당과 궁전, 그리고 무한 반복의 모자이크로 수놓은 이슬람 사원들이 모두 피지배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것일 거라는 생각이 담겨, 감동보다는 조금은 안쓰러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피땀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유적들이 없는 우리나라가 오히려 민중의 삶이 조금은 덜 고달팠을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다.
이규금 지음/더 플래닛/312쪽/4500원.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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