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들이 내놓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상생기금이 각 전통시장에서 불투명하게 운영되면서 대형유통업체 입점시 지역 상권 반발 무마에 사용되고 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12일 지역 전통시장 등에 따르면 동구 가양동 신도시장 상인회는 2011년 말 용전동에 입점한 이마트 대전점이 건넨 발전기금을 놓고 불투명한 운영과 유용혐의 등으로 당시 상인회 임원진과 대전슈퍼마켓협동조합 관계자 등을 경찰에 고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대덕구 법동시장 상인회도 2011년 이마트 에브리데이 법동점 입점시 시장과 슈퍼마켓조합에 발전기금으로 8000만원을 지급하면서 발전기금 지원을 포함한 합의 내용을 대외적으로 유출이나 공개하지 않는다는 약정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전 서구 한민시장의 경우 인근 롯데백화점과 MOU체결후 이 시장의 상인회 임원이 일본 크루즈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져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롯데측은 지난 4월부터 전국 8군데 전통시장과 상생을 위한 MOU를 맺고 상인 자녀 장학금 지원과 비닐쇼핑백, 장바구니 지원, 서비스 교육에 나서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당초 목적에 맞지 않는 여행 등이 이뤄지면서 추후 유성복합터미널과 SSM 등 롯데의 지역상권 진출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롯데는 이번 전통시장과의 상생 사업을 위해 전국적으로 8개 전통시장에 5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힌바 있다.
대형마트들 역시 지역에 입주하면서 5억~10억원 가량을 지역상생기금 명목으로 지역에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중소기업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박완주(천안 을)의원이 “상생자금 명목으로 이마트는 점포 개설비로 얼마나 사용했냐”는 질문에 허인철 이마트 대표이사는 “대략 점포별로 5억~10억원을 사용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에서 비슷한 규모의 비용이 사용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이 상생기금의 사용내역이 불투명한데다 대형유통사들은 출점지역마다 상인회 등에게 돈을 건네면서 공개를 하지 못하도록 약정을 맺으며 상인회간 내홍이 일고 있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상생기금이 뒷거래로 사용되면서 상인회의 분열로 대형마트의 지역상권 장악이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전통시장 연합회 관계자는 “발전기금 지원을 받은 전통시장 입장에서는 추후 대형유통업체입점 등 반대 목소리를 낼때 동조하지 않아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결국 이것이 지역상권 초토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