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정치도 스포츠처럼 감동적일 수 있다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박기성]정치도 스포츠처럼 감동적일 수 있다

[중도시평]박기성 논설위원

  • 승인 2013-11-12 14:33
  • 신문게재 2013-11-13 16면
  • 박기성 논설위원박기성 논설위원
▲ 박기성 논설위원
▲ 박기성 논설위원
#최근 일본에서 야구의 명문 요미우리를 꺽고 일본시리즈를 거머쥔 만년 꼴찌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감동 드라마가 화제로 회자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등 도호쿠 대지진 피해지역을 연고로 하는 일본 프로야구팀 라쿠텐 골든이글스다. 지난 3일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4승3패로 이기고 일본 열도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갔다. 지난 2005년 도호쿠 지역을 기반으로 창단된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오랫동안 만년 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2011년 도호쿠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가 홈구장까지 덮치는 등 아픔을 겪어야 했다. 결국 타구단 경기장을 빌려 혼신의 힘을 다하며 연습에 매진했다. 지난 2년 연속 하위팀에 머물던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올해부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이번에 일본시리즈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꺽는 감동의 신화를 쏘아 올렸다. 특히 지진과 쓰나미의 아픔을 채 떨쳐내지 못했던 주민들에게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자립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준 것이다.

#같은 시기에 막을 내렸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복기해보자. 일본시리즈의 감동의 물결과는 달리 삼성라이온즈의 연이은 우승으로 한국시리즈는 다소 맥 빠진 느낌마저 안겨줬다. 그나마 관심을 모았던 것은 정규시즌에서 4위를 기록한 두산베어스가 승승장구 끝에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와 삼성과 맞붙는 저력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두산은 3승1패로 우승 고지 문턱까지 먼저 달려갔지만 승리의 축포를 터뜨리지는 못했다. 사실 두산은 1승을 남겨두고 허리띠를 바짝 조여매고 우승을 향해 돌진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4승1패로 두산의 우승이 확정될 경우를 상상해보라. 두 차례 더 진검승부를 가릴 수 있는 기회를 두산이 앗아가 버릴 때 그 따가운 눈총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매일 밤 세상의 시름을 다 잊고 TV앞에 앉아 한국시리즈의 재미에 몰입해오던 야구팬들의 실망감은 어떻게 달랠 수 있으며 경기 단축으로 인한 입장료 수입 감소에 따른 원망은 또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3승1패 이후 두산이 처한 딜레마였던 것이다.

#결국 삼성은 죽기 살기의 각오로 경기에 임하는 한편 두산의 선수들은 굳이 남은 1승을 앞당겨 주위로 부터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경기의 흐름은 삼성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으며 결국 삼성의 한국시리즈 3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스포츠에서 '만약'이란 가정법은 무의미한 일이지만 두산이 우승했다면 삼성 박한이가 가져간 한국시리즈 MVP 트로피는 누구에게 돌아갔을까. 두산의 4번 타자 최준석이 새로운 스타로 탄생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의 홈런 본능은 삼성과의 5차전에서 가장 강렬하게 빛을 발했다. 비록 삼성에게 패했지만 그의 홈런 두 방은 야구팬들에게 적지 않은 흥분과 감동을 안겨줬다. 이날 최준석은 한국시리즈에서 나온 최다 홈런 타이기록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사실 삼성 선수들과 두산 선수들의 연봉은 엄청난 차이를 드러낸다. 박한이의 올해 연봉은 3억5000만원인데 비해 최준석 연봉은 1억4500만원이다. 연봉 규모는 그 선수의 기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삼성이 우승하는 것은 연봉이나 기량의 차이에서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산의 승리를 갈구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되풀이되는 강자만의 독식은 결코 감동적이지 않다. 때문에 약자인 두산에 더 많은 야구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몰렸던 것이다. 그러나 두산은 3승1패의 딜레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우승의 감동 드라마를 써내려가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한국시리즈가 펼쳐지는 야구장에 깜짝 등장해 시구를 선보였다. 그러나 감동 없는 시구로 끝날 것이 아니라 스포츠의 감동을 정치에서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상황에서 감동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쩌면 한낱 희망사항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희망사항을 많은 국민들은 매일매일 갈구하며 살아간다는 점을 박대통령은 인지해야 한다. 박대통령의 취임 첫해는 감동 없이, 일그러진 모습으로 흘러갔다하더라도 남겨진 4년 가운데 어느 순간만이라도 감동의 정치가 실현되길 소망해보는 이유인 것이다. 서민들의 삶에 홈런 같은 큰 즐거움은 아닐지라도 안타 같은 작은 위안이라도 안겨줄 수 있는 그런 정치가 펼쳐지기를 국민들은 희망하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