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용 대전법동초 교장 |
올 3월에 대전법동초등학교에 부임해 보니 농구부를 운영하고 있었다. 농구부를 창단한지 7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의 상당수가 농구부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몰랐다. 선수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농구에 대한 붐이 일어나지 않으면 선수 확보는 물론이고 좋은 성적을 내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것도 좋지만, 재학생들이 농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즐겨 할 때 저변 확대로 인재풀도 넓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 지도에 열정을 다하는 장익수 농구 감독과 박광호 코치에게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 보자고 제안했다. 먼저 4학년과 5학년을 대상으로 학년 대항 농구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6월부터 7월까지 4학년 5개 학급과 5학년 5개 학급이 풀리그를 벌여 우승을 가렸다. 우승한 학급에는 피자 6판, 준우승한 학급에는 피자 3판을 돌렸다. 학생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최우수선수상을 비롯하여 득점왕과 BEST5도 선발하여 시상하고 문화상품권도 주었다. 4학년과 5학년 대표들이 학년 대항 경기도 했다. 4학년은 5학년에게 패했지만 열의는 대단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2학기에는 '자유투 경기대회'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교장 선생님을 이긴 학생 모두에게 상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게 잘못이었다. 학생들은 필자를 볼 때마다 언제 경기를 하느냐며 성가시게 했다. 마치 필자에게 빚을 준 사람처럼 행세했다. 필자는 학생들이 하고자 하는 열망이 최고조에 다다르기만 기다렸다.
그리고 석 달이 흐른 지난 금요일, 4~5학년 210여 명의 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유투 경기가 열렸다. 4~5학년 남학생 중에서 30여 명이 희망했다. 학생들의 성공률은 예상외로 높았다. 10개의 자유투 중에서 6개를 넣은 학생이 2명이나 나왔다. 4개를 성공한 학생도 4명이나 되었다. 농구 코치는 선수들도 10개 중 6개를 넣기란 쉽지 않다며 칭찬했다.
원래 계획에 없던 여학생들의 희망도 받았다. 몇 명이나 지원할까 궁금했다. 무려 20여 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예상외였다. 여학생들은 남학생과 달리 손목에 힘이 없다보니 프리드로우 라인에서 던진 공이 골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지만 도전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고마웠다. 대부분 1골조차 넣지 못했지만, 3골이나 성공시켜 큰 박수를 받은 여학생도 있었다.
드디어, 필자의 차례가 되었다. 연습을 하지 않아 1개라도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200여 명의 학생들이 큰소리로 차례를 세며 성공하기를 기원했지만, 농구공은 번번이 링을 벗어났다. 한 골도 넣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긴장 됐다. “여섯!” 학생들의 목소리와 함께 공이 손을 떠났다. “성공~~!!” 그리고 한 골 더 넣었다.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다.
자유투 경기를 마친 후 학생들의 끼와 재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제1회 교내 수영대회를 비롯하여 달리기 대회, 피구대회, 제기차기 대회, 경필쓰기 대회, 영어 단어 암기 대회, 영어 속담 외우기 대회, 수학왕 선발 대회, 노래 대회, 1인 1악기 연주대회, 젓가락 기능 대회를 개최하여 학생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끼를 살리려 노력했지만, 여학생들이 자유투 경기에 나서겠다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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