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필 목원대 회화과 교수 |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어느 고명한 문학인이 인터뷰한 얘기가 가슴 깊숙한 폐부를 가른다. “정치가 올곧아야 예술이 예술답고 곧게 선다”는 말이다. 첫 번째로 이루어진 대전국제아트쇼는 민간단체인 대전미술협회가 기획해 이루어낸 각고의 성공적인 결과다. 얼마전 이를 기획하고 추진했던 대전미술협회 서재흥 이사장과 실무를 담당했던 김호성 사무처장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뒷받침됐었다면 많은 홍보와 세계적으로 역량 있는 훌륭한 예술작품, 또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많은 미술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시립미술관과 이응노 미술관도 후원하고 연계해 더욱 성대한 대전미술의 성역을 만드는데 주력했어야 함도 주목해야 할 일이다.
한 나라의 흥기성상(興起城上)은 예술의 품격과 국민의 삶 속에서 소통하는 예술적 감성과 지극한 예술지상으로 이어지는 애정이 생생히 살아 숨 쉴 때 화려한 꽃을 피울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위대했던 위정자의 시대에는 예술을 사랑하고 존중했기 때문에 백성들의 삶 또한 풍요롭고 문화적으로 융성한 시대를 건설할 수 있었다. 그 뿐인가. 역사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후손들에게까지도 경제적인 힘과 민족적 자긍심으로 뻗어 내리는가를 위정자들은 잊어서는 안된다.
조선 정조 때 학자였던 유한준은 “알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참으로 모든 것을 아름답게 감상하게 되며, 감상하다 보면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쌓아둔 수많은 예술품들은 그 예술적 가치가 창고에 저당 잡힌 채 묶여 있었다. 이러한 현실은 예술의 눈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는 프랑스의 시인 쥘 르나르의 '뱀'이라는 시다. “뱀 너무 길다” 이것이 그의 시 전부다. 시의 내용은 뱀이라는 이미지는 성서적으로 죄악을 범하게 하는 사탄으로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인류의 죄악이 인간에 의해 끊임없이 길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은 아름답고 순수하다. 인류의 역사적 소명으로 인간 삶의 희망과 서로 소통하며 흥겹게 눈과 마음으로 마주하며, 하나 되어 영혼을 부르는 영원한 인생의 동반자인 것이다. 그러므로 예술품은 재산적 가치로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고 감상하며 편안히 휴식하며 대화하는 친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전국제아트쇼에서 필자가 느낀 점은 대전 시민들의 미술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볼 수 있어서 미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놀라움과 기쁨을 누렸다. 좀 더 기간을 연장해 더 많은 시민이 좋은 아트페어를 감상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컸다. 따라서 시민들이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구조를 들 수 있는데 시립미술관과 이응노 미술관 거리에 다리 하나를 두고 연계하지 못했다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훌륭한 미술 작품들이 좋은 친구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관처의 홍보 부족과 작품 구매자가 쉽고 편리하게 작품가를 알 수 있게 협회 측이 운영창구를 개설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미술품에 대한 소장가치와 예술품에 대한 인식 등이 타 도시보다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대전 미술의 발전과 위상을 담당하고 있는 대전미술협회나 미술인 개개인의 많은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 아트페어 대전국제아트쇼에는 보다 진취적이며 다각적으로 시야를 넓혀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훌륭한 예술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통로를 모색해야 한다. 개개인의 대전 예술인들의 열정과 지대한 관심으로 보다 깊이 있고 품격 높은 훌륭한 예술작품을 창작해 많은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예술 소통의 통로로 이루어지는 두 번째 아트페어 대전국제아트쇼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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