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 공감도 공유도 없는 프로그램으로 겉도는 수능 이후 교실의 진솔한 풍경이다. 고3 교실 대책의 미비함은 연례행사인 양 반복됐지만 올해도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특강이나 문화체험활동, 인성교육도 학생 붙잡아두기, 시간 때우기식 프로그램처럼 비쳐진다. 비정상의 상황에서 정상 운영을 외쳐봐야 메아리가 없는 이유다.
대부분의 교실에서 실제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한 현실부터 직시하는 것이 먼저다.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적용한다 해도 무계획적 단축수업의 연장일 뿐이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학교 현장의 의견을 두루 반영한 근본 처방 없이는 소용이 없다. 교과수업과 무관한 융합형 학사 운영에 교사든 학생이든 익숙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수능 이후 목표의식을 상실한 교육현장을 방관할 수는 없다. 물론 지역 교육청에서 내놓은 지도방안과 생활지도, 이른바 컨설팅 장학에 힘쓰는 등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 긴 안목으로 고교 3년 과정에 한해 여름방학 등에 계절학기 운영하거나 교육과정 이수단위 현실화를 검토하는 등의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정상 수업 진행이 어려운데 법에 얽매여 억지 체험활동과 수업장학 강화를 고집하다 파행을 겪는 것보다 획기적으로 나은 방법을 찾아보자는 뜻이다. 수능 이후의 학교생활이 버려지는 시간이 되지 않아야 한다. 매년 되풀이된 시행착오를 바로잡을 때가 왔다. 정상 운영을 강조하는 공문 하달로 할 일을 다한 것은 아니다.
수능 이후 교실의 핵심 문제는 입시만 보고 달려오다 갑자기 정상적인 수업, 즉 정규교육과정과 연계가 끊어졌다는 데 있다. 어떤 교육이든 교육활동 집중도와 만족도가 떨어진 캠페인성 교육이 되기 십상이다. 아무리 지침 준수나 엄격한 관리를 강조하지만 수능만 끝나면 우왕좌왕한다. 이런 고3 교실을 어떻게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