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 오성철강 회장 |
사실 국가의 복지정책은 자본주의의 양극화 현상의 병폐를 보완하기 위한 부의 재분배 활동이자 나눔의 일환이다. 그것을 통해 최저 생계 계층에 대한 배려가 이루어지고, 같이 사는 공동체 사회를 이루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된다. 그러나, '균등분배'는 복지의 이념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소득 상위계층은 매월 20만원 더 받고 덜 받는 걸로 화를 내거나 정치적으로 이슈삼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 먼저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공동체사회는 유지될 수 있다. 과거 경제성장의 시대에는 모두 앞만 보고 달리고, 중간에 넘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나 관심은 뒷전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함께 가야한다는 마음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필자는 학창시절이나 군대에서나 어느 조직에서도 1등을 해본 적이 없다. 운동 신경이 좀 좋았을뿐 특출나지는 않았고 공부도 전교 1등을 해본 적이 없다. 사업도 늘 욕심내지 않고 한길만 걸어온 것 이외에는 훈장이나 지역기업인상 등을 수상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누구보다 오래동안 한결같이 해온 일이 한가지 있다. 1981년부터 매월 월급의 일정금액 이상을 어린이재단에 기부하기 시작해, 조금씩 금액을 올려 32년동안 한달도 빠짐없이 재단에 후원을 해오고 있다. 가끔 감사편지를 받기도 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행사에 몇 년에 한번씩 참석하면서 마음속으로나마 초심을 유지하길 바랐다. 사심없이 묵묵히 기부하다 보니 어느덧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고, 공교롭게도 얼마전 어린이재단 65주년 행사에서 30년이상 후원자들이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전국적으로는 17명이 30년 이상을 후원 했고, 그 중 대전·충남에서는 필자만 장기후원자에 포함되게 된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행사였지만, 그 동안의 후원현황과 전국 장기후원자 명단 등이 공개되고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니 어느 때보다 뿌듯하고 보람되게 느껴졌다.
한 나라의 기부문화나 사회적 배려는 선진국의 척도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기에 정부의 국가시책과 연계해, 재벌위주의 성장정책을 장기간 펼치다 보니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게 되었다. 일감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중소기업 특허권 침해 등 최근 몇 년간 이슈가 되고 있는 대기업의 모습들은 사회적 배려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일회성, 선심성 사회적 기업활동을 주요 일간지나 경제지에 홍보하고 있었지만, 그 뒤에서는 부의 세습, 경영권 유지,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문어발식 친족기업을 확대하는데 더 큰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내 대표기업과 재벌들의 사회적 배려와 나눔활동이 더 확산되고 정착돼야 할 것으로 본다.
우리 지역사회에서도 기업인들이 좀 더 사회에 대해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설 때가 되었다고 본다. 기업활동도 자신의 이익확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업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더욱 쏟고, 우리 지역 제품을 먼저 써주는 따뜻한 경제가 더욱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열위계층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져서 자발적인 기부문화와 나눔 정신이 확산되어 온기가 가득한 지역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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