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림 대전·충남재향군인회 |
북한 위정자들은 체제 위해 요소인 개혁·개방을 완강히 거부하고, 배급제 폐지 이후 인민의 생존 차원에서 부득이 인정한 시장조차도 체제 친화적으로 운영하면서 체제유지에 매달려 온 결과 오늘의 북한사회는 '혁명을 위한 독재에서 독재를 위한 혁명으로' 본말이 전도된 사회로 변했다. 수령독재체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내부적으로 선군체제를 동원한 철벽통제와 외부적으로 한국과 4강 모두가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수령독재체제는 외부적 요인보다는 내부적 요인에 의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얽혀 있고, 수령을 정점으로 기득권 유지와 공동의 이익을 공유하는 공동운명체 의식에 비추어 특권층에 의한 쿠데타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북한 지도부가 내심 우려하는 것은 이른바 '차우세스쿠 신드롬' (Ceausescu syndrome)일 것이다.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는 김일성과는 호형호제 지간이었으며, 수령 독재를 흠모해서 이를 루마니아에 도입고자 시도했던 악명 높은 독재자였다. 89년 6월 어느 군중집회에서 차우세스쿠가 열변을 토하던 중 갑자기 청중 한 사람이 “집어치워라. 사기다”라고 소리쳤고 청중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독재자 물러나라”를 외쳤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돌발 사태인지라 속수무책의 차우세스쿠는 황급히 행사장을 빠져나왔으나 그 해 말에 독재에 항거하는 인민에 의해 부인과 함께 공개 처형되었다.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닌, 다수 인민의 내면 깊숙이 쌓여온 의식화와 공감대의 결과였다. 김정일이 살아생전에 내심 두려워한 것이 바로 차우세스쿠 신드롬이었다. 최근 중동의 자스민 민주화 혁명 역시 같은 맥락의 사건이었다. 한 가지 우리가 눈여겨 볼 사건은 미국보다 더 많은 4만 5000개의 핵탄두를 보유했던 소련이 '스타워즈' 등 무리한 군비경쟁을 벌이다 경제력에 밀려 붕괴를 자초한 소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점이다.
3대 후계체제 출범 이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전쟁위기 조성 등 온갖 무리수를 동원했지만, 한국사회는 요지부동이고 오히려 애국세력이 결집하면서 보수화 성향이 강화되는 추세다.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북한의 일방적인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인한 국제사회로부터 대북차관의 단절, 북한의 만행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원조피로증 (donors' fatigue),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한 유엔대북제재,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등 일연의 사안들이 북한의 경제위기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다. 북한이 중국의 도움을 받아 6자회담의 재개를 추구하는 것도 6자의 형태를 빌려 미국과의 직접협상을 통해 평화협정을 도출해서 주한미군 철수를 획책하고, 한국으로부터 대규모 원조를 탈취하려는 시도겠지만 장기간 구사해 온 기만전술과 벼랑 끝 전술의 실체가 확연히 드러난 이상 쉽게 북한의 의도대로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북한당국이 남조선 적화통일을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공존을 수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살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 체제는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인민을 핍박하고 수탈하는 정권은 무너진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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