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지역 아파트값 인상 '유성구도 책임있다'

14건 평균삭감액 29만원… 분양가심의委 제구실 못해 위원 임기 4년까지 보장 '건설사 로비' 노출 가능성도

유성지역 아파트값이 오른 데 유성구 역시도 근본적인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분양가를 책정할 때 건설사의 과도한 분양가 신청액을 제어해야 했지만 유성구에서 진행해 온 분양가심의위원회는 그동안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유성구 공동주택 분양가심의위원회(이하 분심위) 심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7년 9월4일 분심위 설치 이후, 모두 14건에 대한 심의위원회가 열렸다. 2008년 1건을 비롯해 2009년 3건, 2011년 5건, 2012년 2건, 2013년 3건 등이다.

분심위는 건설업체가 아파트 분양가를 신청한 금액이 합리적인지, 부당하지 않은지 등을 따져 과도하게 높은 금액으로 분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분양가 책정액을 보면 분심위가 제역할을 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14건에 대한 분심위의 최초 분양가 신청액 대비 삭감한 평균 분양가 최종 책정액 차이는 3.3㎡당 겨우 29만1000원 정도다. 2009년에는 학하지구 2블록 제일오투그란데 아파트와 도안 8블록 신안인스빌 아파트의 건설사 분양가 신청액인 3.3㎡당 874만8000원, 861만8000원이 그대로 인정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죽동지구 금성백조 예미지에 대해 역대 최고 수준의 삭감액을 책정하기도 했지만 건설사측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삭감기준이 불명확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이에 유성구측에서는 전문가집단으로 구성된 분심위의 주관적인 판단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허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분양가심의위원은 교수, 회계, 부동산, 감정평가, 세무, LH 관계자, 유성구 관계자 등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2년 임기 동안 분양가에 대한 심의를 하며 원할 경우,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최장 4년 동안 특정 분양가심의위원이 해당 구역 내 분양가심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건설사들의 전방위 로비에 노출될 수 있는데도 제도적으로는 아무런 제한도 할 수 없다.

지역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건설사의 경우,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허가권자와의 친분도를 높이고 있다”며 “분양사업시 발생하는 금융비용을 지불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되는 분양가 책정과정은 분양업체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유성구 아파트를 보면, 세종시 개발 영향을 받아 가격이 급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수년 전부터 나왔는데도 가격상승 제어의 첫 단추인 분양가심의에서 유성구는 분양가를 제대로 낮추지 못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유성구 건축과 관계자는 “2009년의 분양가 산정은 당시 분심위에서 적정한 사유로 신청 금액대로 인정한 것”이라며 “말 그대로 분양가심의는 건설사가 신청한 금액에 대해 적정한가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