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진섭 KAIST 교학기획팀장 |
우리사회에는 다양한 직업과 조직이 존재하고 그 속에 개개인들이 서로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며 생활하고 있다. 직업의 종류와 성격 등에 따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가치와 처우 등이 천차만별이고, 조직의 성격과 목적 등에 따라 구성원 간의 가치와 처우가 다르기도 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다. 이렇듯 각자가 영위하는 직업이 다르고, 조직에서 하는 일이 다를지라도 우리가 공통적으로 생각하고 인식해야할 것은 각자 세상에 필요한 존재이며,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회적인 잣대와 편견에 따라 직업과 일의 가치기준이 다를지라도 기본적으로 사람으로서의 인격과 존엄성을 인식하고 존중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과연 얼마나 헌법적 가치들이 제대로 존중되고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렇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배움이 많다고 배움이 적음을 경시하지는 않는지, 사회적인 신분이 높다고 다른 사람을 낮은 존재로 바라보지는 않는지, 내가 또는 우리가 조직의 주인이니 당연히 대접받아야 한다는 특권의식은 없는지…모든 것을 내려놓고 백지상태에서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성찰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다름을 인정하되, 그 다름을 존중하는 자세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부와 명예, 지위를 떠나 우리 스스로 무엇의 '달인'이 되고자 하고, 무엇의 '달인'이 되고 있으며, 무엇의 '달인'이 되었는지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훨씬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되어야 한다. 각자의 모습과 역할이 다르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달인의 경지를 개척해나가는 모습과 이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우리의 자세가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무리 하찮은 일일지라도 그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과 동료들이 있기에 지금의 나 자신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는 마음의 그릇을 만들었으면 한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만나게 되는 경비아저씨들의 인사에서 또한 청소부 아주머니들의 환한 웃음에서 하루를 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리 배운 지식이 많을 지라도 그리고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거나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신이 아닌 이상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다. 어차피 인간으로서 불완전한 존재이고 세상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하나의 개인이라는 입장에서는 너와 나의 차이가 없다. 그러기에 그 어느 누구가 되었던 타인을 존중하는 자세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모 방송국에서 '스승 존경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학생들이 선생님을 존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방송되는 것을 들으면서 존경이라는 것이 캠페인으로 전개해야 하는 문제인가라는 생각을 한다. 존경은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야 하는데 존경하자고 해서 진심으로 존경심이 우러나는 것인지 의문이다. 존경은 존중이 기반이 되어야하기에 스승과 제자, 상사와 부하, 선배와 후배의 관계를 떠나 상대를 존중하는 풍토에서 자연스럽게 존경하는 마음이 발현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무엇의 '달인'이고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누군가로부터 존경받을 인격과 덕망을 갖추고 있는지를 하루하루 성찰하면서 살아간다면 어느 순간 새롭게 변화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한다. 지식은 머리에 쌓이는 것이지만 존중은 가슴에서 우러나는 것이며 인격은 몸과 마음에 자연스럽게 녹아 체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인가의 '달인'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자신의 분야에서 삶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기에 우리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달인이 되기 위해 서로 배려하고 협조하며 최선을 다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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