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골자는 간단하다. 현재 2년제 포함 340여개 전체 대학의 총 정원이 56만명인데 2018년에 고교졸업자 수가 그와 비슷해지고, 2023년부터는 그 수가 급감하여 40만명 선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대학정원을 16만명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고교졸업자의 대학진학율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입학 정원은 16만명이 아닌 28만명 정도, 즉 현재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한때 대학진학률이 80%에 육박했으나 2010년부터 하향곡선을 그어 올해는 70.7%를 기록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현실이 입학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수년 전부터 '고졸취업'을 적극 권장해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학정원 문제는 인구의 자연감소율 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수험생들이 이른바 SKY대를 비롯한 서울의 명문 사립대와 수도권 대학에 몰리는 현상을 감안한다면 지방대학은 거의 다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일찍이 간파하고 수년 전부터 대학 평가에서 하위 15%에 속하는 학교들을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해 이들 대학의 정원 감축과 학과통폐합 등의 구조조정을 유도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3~4개 대학이 폐쇄 절차에 돌입한 것 이외에 별 소득은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학의 퇴출은 일반 회사의 폐업과는 그 파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학생들의 수업권 박탈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부딪치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필자는 대학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학교를 개인적 치부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비정상적으로 학사 운영을 하는 대학들은 퇴출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폐교되는 바람에 학생들이 입는 피해가 막심하지만, 이러한 대학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학습권 역시 침해당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학생들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대학구조개혁연구팀의 의견으로 발표한 구조조정안은 좀더 강력한 것으로, 각 대학에서는 벌써부터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설왕설래하고 있다. 모든 대학을 절대평가하여 상위, 하위, 최하위 셋으로 나누고 상위대학은 재정지원으로 특성화하는 한편 자발적인 정원 감축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하위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을 끊고 최하위대학은 학교 폐쇄를 유도하며, 정원 감축을 차등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대학의 구조조정 방안이 있었음에도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한 만큼 이번 구조조정안도 그 성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벌써부터 대학의 내부 상황이나 지역에 따라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 여러 가지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앞으로 많은 논의를 거쳐 수정된 최종안이 나오겠지만 현재의 안 대로라면 지방에서는 문을 닫아야 할 대학들이 여럿 나올 것이다. 대학은 학문적 측면에서의 중요성도 있지만 한 지역의 사회와 문화의 구심점이 되는 심장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지표 위주의 평가는 지방대학들을 무차별적 폐쇄로 몰고 갈 수도 있고, 이는 지역의 붕괴와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최종안은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많은 국민들의 합의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마련된 방침은 신속하게 또 실효적으로 집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더이상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및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이 함께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하되, 대학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필수 요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학교는 과감히 퇴출시켜 대학과 학생, 사회 전체가 납득하고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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