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섞인 중국 쌀과 오래된 가공미는 ‘아침 맑은 쌀’, ‘농부의 땀’ 같은 브랜드로 버젓이 출시됐다. 심지어 위반 단속을 해야 할 공무원이 중국산 쌀을 대량 구매해 포대갈이 업자에게 팔아넘기는 역할을 맡았다 한다. 자신이 직접 단속했던 업자와 거래했다면 정말 허탈한 일이다. 건전한 유통질서가 무너지는 순간, 먹거리 안전도 장담하기 힘들다.
상황이 이러한데 쌀 생산연도나 품종 등 표시 사항이 잘 지켜지리라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거래처 조사 등을 통해 우리 식탁을 어지럽히는 불법 농산물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수입 농산물은 검역단계부터 강화하는 한편 수입쌀 유통이력제를 엄격히 시행해야 한다.
지난해 수입된 밥쌀용 수입쌀 11만톤에서 국산쌀로 불법 유통된 물량은 3400톤을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단순 비교해도 지난 2년간 200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밥상용 쌀 수입 물량 대비 위반 물량이 지난해 3.11%로 증가했다. 통관 절차를 안 거친 농산물, 정식 수입하고도 포대갈이 수법으로 국적을 바꾼 농산물을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
이번 사례는 그동안 그렇게 강조됐던 원산지 제도 대책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음을 입증하고 있다. 전산 시스템에서 생산연도를 조작하는 수법이 흔히 동원된다. 또 김장철을 앞두고 중국산 소금이 국산 소금으로 포대갈이할 가능성도 경계할 시점이다. 수입, 생산, 제조, 시중유통 전 단계를 낱낱이 점검해야 할 것이다.
단속 공무원의 비위 사실 하나만 봐도 불법 농산물 대책의 실효를 기대하기 힘들 듯하다. 묵은 쌀에 햅쌀을 섞고 일반 쌀을 친환경 쌀로 속인 한 지역 농협의 사례까지 겹쳐 걱정을 더하게 한다. 모든 유통 과정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과 엄정한 단속을 강화하기 바란다. 유통질서 교란은 물론 안전한 식생활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를 묵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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