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에서 올라와 신촌하숙집을 하는 나정 가족과 전국팔도 지방에서 갓 올라온 대학생들의 좌충우돌 서울 적응기를 그린 드라마. 지금의 아이돌만큼 큰 인기를 끌었던 대학 농구 스타들, 서태지와 아이들이 가요계를 휩쓸고, 그 당시 최신 통신기기였던 '삐삐' 타자연습 게임 '베네치아'까지 90년대 감성은 30~40대들에게 폭풍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극 중 서울친구 부모님의 이혼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시골친구들의 대화가 일품.
“부모님이 이혼하셨다구? 진짜로?” “서울 인정, 와~ 역시 다르다. 삶의 사이즈가 달라부러” “내는 이혼하는거 테레비전에서만 봤지 실제로 이혼한 집은 처음봤다“ ”우리동네서는 상상도 못한다. 누구한명 저세상으로 가기 전까지는 평생 붙어 살아야한다. 서울 와 멋있다. 있어뵌다“ “진짜로 판사가 아빠한테 갈래 엄마한테 갈래 그리 물어보더나” “난 처음봤어 지방에서는 늙어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아야 돼. 무르기 없어”
그땐 그랬다. 아무리 싸우고 미워해도 정말 누구하나 저 세상으로 가기 전까지는 함께 사는게 너무나 당연했던 시절이었다.
흔히 부부싸움을 칼로 물베기라고 한다. 부부싸움을 하여도 화합하기 쉬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결혼은 판단력 부족, 이혼은 인내력 부족, 재혼은 기억력 부족'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이혼은 인생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 돼 가고 있다. 특히 자녀를 위해 참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사라지고 있다.
대법원이 펴낸 2013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33만쌍이 새롭게 가정을 꾸린 반면 11만쌍은 파경을 맞았다. 이혼한 4쌍 중 1쌍은 동거 기간이 20년이 넘는 황혼 이혼이다.
결혼생활 기간별로 보면 양극단인 황혼 이혼과 신혼 이혼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작년 전체 이혼 중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의 비율(26.4%)이 4년차 미만 부부의 비율(24.6%)을 앞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황혼이혼은 남편보다 아내 쪽에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보다 10년 먼저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일본에서는 '나리타 공항의 이별'이라는 유행어까지 생겼다. 막내자식의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을 배웅한 후 공항에서 갈라서는 노부부를 빗댄 말이다.
70년이상 함께한 부부들에게 백년해로의 최고 비결을 물으니 부부간 배려와 애정이라고 말한다. 주택, 연금, 취미 말고도 부부 금슬은 가장 강력한 노후대책이 되어가고 있다.
김숙자·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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