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법은 어떻게 태어났는가?(4)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형태]법은 어떻게 태어났는가?(4)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3-11-04 14:12
  • 신문게재 2013-11-05 16면
  • 김형태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김형태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탈리오법칙(Lex Talionis)이라는 것이 있다. 흔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표현하는 고대법의 원칙으로서 동해보복형(同害報刑)이라고도 한다. 피해자가 입은 정도의 피해를 가해자에게 그대로 가하는 형벌제도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것으로 고대법이 대체로 이 법칙에 따르고 있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요사이 법 감정으로는 이해하기 힘들기도 하다. 1. 다른 사람의 눈을 뽑은 자는 똑같이 눈을 뽑는다. 2. 임신한 여자를 때려서 임산부와 태아가 죽으면 가해자의 딸을 사형에 처한다. 3. 의사가 수술하다가 환자가 죽으면 의사의 팔을 자른다. 4. 아들이 아버지를 때리면 아들의 두 손을 자른다. 5. 집이 무너져서 집주인의 자식이 죽으면 그 집을 지은 건축가의 자식을 사형에 처한다. 6. 남의 뼈를 부러뜨린 자는 그의 뼈도 부러뜨린다. 등의 탈리오법칙에 관련된 규정이 보이는 것이다.

원래 인간은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상대방에게 복수하고 싶어하고 자신이 입은 피해보다 더욱 큰 고통을 주길 바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감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복수를 개인적인 문제로 방치할 경우 복수는 대를 잇게돼고 이로 인한 사회적 무질서가 야기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탈리오 법칙은 이러한 사적인 복수를 막고 사회문제로 환원시켜 국가권력에 의하여 가해자에게 똑같은 해를 가함으로서 재차 복수를 막는 역할, 즉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법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탈리오법칙을 보면 오늘날의 법제도가 과거보다 뛰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의 예를 보면 사실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노래시합'이라고 불리는 재판제도인데 나이지리아의 티브족사회와 에스키모사회에 있다고 한다. 부족원 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한쪽 당사자는 일종의 합창단을 조직하여 상대방을 비난하고 야유하는 가사를 지어 부르게 한다. 이 노래는 아주 익살맞고 풍자적인 것으로 곧 모든 마을사람이 다 알게 되고상대방 역시 자신의 정당함과 결백을 선전하고 상대방의 나쁜 점을 호소하는 노래를 불러 대항하게 된다고 한다.그런 후 심판관이 선정되어 두팀이 경연을 벌이게 되는데 어느 편이 노래를 더 재미있고 잘 불렀는지 심판관의 심판이 내려진다는 것이다. 물론 누가 부른 노래가 재미있고 잘 불렀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실제 분쟁의 옳고 그름에 대하여는 달리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래시합의 의미는 사건내용을 많은 인근사람들에게 알리고 관심을 끌어 지지세력을 만듦과 동시에 노래를 통한 부족원들의 평소의 불평·불만 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즉 특정문제의 해결뿐 아니라 평소 내재되어 있는 사회내의 어려움과 불만 등이 이러한 노래시합을 통하여 해소되는 이중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원시적이지만 낭만적인 재판제도를 보면서 우리시대의 재판제도가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비정한 것인가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재판제도가 이렇게 '노래시합'으로 변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하는 꿈을 꾸어본다. 하지만 이미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은 다시는 에덴동산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는 것이다.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