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나흘 앞둔 3일 마지막 정리에 여념이 없는 충남여고 교실 풍경<사진 왼쪽>과 오전 서울 봉은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강제일 기자·연합뉴스/중도일보제휴사] |
3일 충남여고. 곳곳에 붙어 있는 '졸고나니 재수생이요, 떠들다가 삼수생이네'라는 글귀가 이곳이 고3 교실임을 말해준다. '결전의 날'이 얼마 안 남은 탓인지 학급마다 긴장감이 묻어났다.
책상 위에 펼쳐놓은 책을 보는 학생들의 눈매는 날카로웠다. 쏟아지는 잠을 쫓으려 복도에 서서 공부하는 수험생도 눈에 띄었다. 교실 적막을 깨는 것은 책장 넘기는 소리뿐, 더 이상 잡음은 들리지 않았다. 교실을 간간이 오가는 교사들도 행여 학생들에게 방해되지 않을까 숨을 죽였다. 마치 전장에 출정하기에 앞서 자신을 지켜줄 총기를 닦는 시간이랄까. 학생들은 그동안 피땀 흘리며 익힌 지식을 마지막으로 차곡차곡 머리에 저장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미동 없이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 모습에 비장함 마저 느껴졌다.
김소이(19)양은 “(수능이 며칠 안 남은 것이) 아직 실감이 안 나고 두렵고 긴장되지만 힘내서 끝까지 달릴 것”이라며 “엄마가 입학사정관제 준비에 신경을 많이 써주셨는데 수능 대박으로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수험생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고작 3일. 째깍째깍 가는 시계 초침을 부여잡고 싶은 마음이 든다. 초침이 이처럼 빠르게 느껴져 본 적은 없다. 침이 마른다. 속이 타들어간다.
그동안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후회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자책은 잠시, 이내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최면을 건다. 수능 당일, 믿을 것은 나뿐이라는 생각에서다.
김규원(19)양은 “며칠 후면 수능인데 나는 왜 준비가 덜 끝났을까라는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며 “하지만, 12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결실을 맺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학교 측도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한 의식을 준비했다. 5일 3학년 614명 전원에게 '수능 대박 충남여고'라는 스티커를 붙인 사과를 1개씩 나눠주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새로운 전통이다.
이선영(61) 교장은 “대학입시를 위해 공부에 전념해 온 학생들이 대견하고 고마울 따름”이라며 “남은 시간 자신감을 갖고 개인 관리를 잘하면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며 제자들의 수능 고득점을 기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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