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가까이 백삼 제조시설을 운영해 온 김씨(54ㆍ금산읍)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년 후에는 천직으로 알고 운영해 온 제조시설 가동을 멈춰야 할지도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다. 2년간 끌어 온 약사법 시행이 1년 더 미뤄져 시간을 벌었지만 앞으로 법이 시행되면 막대한 시설비 투자가 필요한데 그만한 여력이 없다.
김씨는 “약사법이 시행되면 GMP 시설기준을 맞추기 위해 5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시설투자비가 필요하다. 대부분 영세한 업체인데 그렇게 여력이 없다. 나부터도 못한다”며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20년 넘게 한약재 유통업에 종사해 온 H씨(45)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앞으로 인삼의 병의원 납품 중단은 물론 일반 판매도 중단해야 하는 상황으로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약사법 규제 때문이다.
H씨는 “중국도 인삼을 의약품에서 식품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인데 국내만이 안전성 강화를 명분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재래시장 1000여명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약사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사법 시행은 가장 먼저 백삼 제조시설이 직격탄을 맞는다. 백삼 소비의 95%가 처방전을 내는 한방병의원이라는 유통, 소비구조 때문이다. 백삼 제조시설은 금산 438개 업체를 포함해 전국에 600여개 업체. 이들 제조시설은 약사법이 규정한 시설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1년 후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돈이다. 다른 건 둘째 치더라도 약사법 기준의 GMP시설을 갖추려면 최소 5억원 이상의 시설투자비를 들여야 한다. 영세 제소시설들은 "그럴 여력이 없다"는 푸념이다. 인삼산업법에 따라 인삼류 한약재를 검사, 포장, 판매해 온 유통업체도 약사법 규제로 종전 방식으로 판매할 수 없다.
경작 농민들도 자가규격제 시행이 폐지되면 한방병의원에 대한 직접 판로가 막힌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백삼 제조시설 기반이 무너지면 홍삼 제조기반 또한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인삼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은 예상 보다 크다.
이런 가운데 식약처는 원론적으로 이중규제 해소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각론의 시각은 다르다. 인삼산업법에 따라 검사하더라도 GMP시설, 사후관리 규정은 반드시 약사법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산군과 인삼업계는 지속적인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개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인제 국회의원 등이 발의한 약사법 일부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다 식약처, 농식품부, 지자체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때문이다.
시장붕괴를 우려하는 인삼업계의 이중규제 빗장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금산=송오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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