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열 곳 중 한 곳(292개 점포 중 29개)이 폐업해 나들가게 폐업률이 가장 높은 광역자치단체가 대전이다. 나들가게 1만개 점포 육성계획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앞에 여전히 무력했다. 신규 출점 제한을 피해 전국 666개 이상 들어선 변종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응할 경쟁력 강화를 겨냥하고 추진하는 것이 핵심인데 그러지 못했다.
전통시장 정책에서도 본 것처럼 가게 단장에 그치는 시설 현대화 사업은 금방 한계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운영도 미숙했다. 실시간 재고관리시스템(판매시점정보관리스템)과 기존 지역물류센터 전산망 연계도 제대로 안 돼 계산기로 활용하는 수준이라면 성과를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기존 지역물류센터보다 규모가 큰 통합물류센터 설립 추진도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저평가를 받고 좌절됐다. 매장이 산뜻해지는 외형 개선 이후 공동물류, 공동구매, 공동배송 등 알맹이 있는 정책이 뒤따라야 했다. 차별화 전략도 없고 가격 경쟁력도 없는 사업, 이것이 국가 프랜차이즈를 내세우고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의 본모습이다.
나들가게 대상의 경영진단 실태조사 결과 58.9%가 현재 영업상황이 쇠퇴기라는 진단도 나와 있다. 폐점 사례가 속출하거나 업종 전환을 고려하는 점포, 매출이 감소했다는 점포가 상당수에 이른다. 점포 늘리기 실적 쌓기에 몰두해 사후관리에 소홀한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나들가게 지원에서 소외된 일반 슈퍼들의 생존권 위협 우려도 아울러 살펴보길 바란다.
전체 골목상권이 직면한 문제 앞에 나들가게와 비나들가게 구분은 별 의미가 없다. 고래싸움에 버티는 새우와도 같은 처지인 것이 동네 슈퍼마켓의 가감 없는 현실이다. 앞으로는 유통시장 완전 개방 이후의 외국계 유통업계들의 골목상권 진입 대책까지 추가돼야 한다. 지속가능한 경쟁력에 도움되는 정책이라야 유용하다. 나들가게 사업은 목표 점포를 채웠다고 일단락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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